Channel Talk
8월 22일
"여기 구두는 하루 종일 신어도 발이 안 아파”
쓰담슈즈를 알게 된 것은 발이 아프지 않은 구두가 있다는 지인의 추천을 통해서였습니다. 구두를 신을 때마다 발뒤꿈치가 까져 고생했던 저로서는 하루 종일 신어도 발이 아프지 않은 구두가 있다는 사실에 호기심이 생겼죠. 사실 직접 신어보기 전까진 ‘아무리 그래도 구두가 편할 리가 없잖아' 하고 의심했던 저또한 직접 구두를 신어보고 이런 의심을 고이 접어두었습니다. 정말 편했어요! 게다가 보통 착화감 좋은 신발은 디자인이 별로 없거나, 예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심지어 쓰담슈즈의 구두는 편한데 디자인까지 예뻤습니다!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이 여성화를 만든 분이 여자분이 아닌 공대를 졸업한 개발자 출신 남성 CEO라는 점 이었는데요, 어떻게 힐을 신어본 적도 없는 남자 대표가 이렇게 편한 여자 구두를 만든것인지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성수동 수제화 거리에 위치한 쓰담슈즈 사무실을 방문했습니다.
어떻게 창업을 하게 되신 건지 궁금해요
원래 창업 전에는 삼성전자에서 개발자로 일했어요. 그런데 제 성향이 원체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다 보니 개발자가 잘 안 맞았어요. 그러던 중에 마침 스타트업 붐이 일기 시작하면 저도 자연스레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첫 회사는 쓰담슈즈는 아니고 그전에 웨딩 관련 사업이었는데 지금은 작게 엑싯해서 다른 웨딩 스타트업에 인수가 됐고 그 뒤에 차린 회사가 쓰담슈즈죠.
웨딩사업 이후, 쓰담슈즈는 어떻게 창업하게 되신건가요?
정말 작은 우연에서 시작했어요. 예전에 여성 직원 중 한 분과 한 대화에서 시작 됐거든요. 그분이 출근할 땐 예쁜 구두를 신고 회사에 오시는데 점심시간에는 신고 온 구두 대신 삼선 슬리퍼를 신고 식사를 가시더라고요. 하루는 제가 ‘구두 예쁜데 점심에는 왜 안 신으세요 ?’ 여쭤보니 불편해서 점심에는 안 신으신대요. 생각해보니 주변에도 보면 대부분 구두는 불편하다, 특별한 날만 신는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더라고요요. 그런데 가만보니 세상이 이렇게 발전했는데 구두는 왜 아직도 이렇게 불편하지? 하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그때를 계기로 그럼 내가 직접 편한 구두를 만들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된 거죠.
왜 하필 남성 구두도 아닌 여성 구두였나요?
‘무조건 여성 수제화만 해야 해!’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에요. 시장 크기에 따라 자연스럽게 여성화 쪽을 택한 거죠. 저희 집 신발장 열어보면 어머니가 신으시는 신발은 테트리스 맞추듯이 빼곡히 많은데, 아버지가 신으시는 구두는 한두 켤레뿐이거든요. 이런 것만 봐도 여성화 시장이 훨씬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남자대표로서, 여성화를 만드는데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삽질 많이 했죠. 첫 번째로 만든 서비스는 구두 사이즈 추천 서비스였는데 그 때 세웠던 가설이 ‘구두가 불편한 이유는 본인에게 맞지 않는 구두를 신기 때문이다' 였어요. 신발 사 보면 반 치수 크거나 작아서 불편한 경우가 태반이잖아요? 그래서 사이즈만 정확히 알게 해주면 불편함이 사라질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구두 사이즈 추천 서비스를 만들었죠.
사이즈 추천 서비스라니 신기한데 고객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수요는 많았어요. 문제는 고객분들이 기대하시는 만큼 만족감을 드리진 못 했던 거죠. 막상 사이즈를 추천해드려도 불편해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착화감을 개선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저희가 직접 사이즈 실측을 나가서 발 사이즈를 재 드리는 맞춤제작 수제화 서비스로 전환하기로 했어요. 문제가 확실히 정의된 시장이다보니 사이즈 추천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신청자가 굉장히 많았어요. 그런데 문제는 실측까지 해 딱 맞는 신발을 드렸음에도 불구하고 구두를 불편해 하신다는 점이었어요. 오히려 이전보다 클레임도 많았는데 고객분들 입장에서는 ‘실측까지 했으니 어마어마하게 편하겠다!'하고 한껏 기대하고 있었는데, 착화감은 그에 미치지 못하니 클레임도 세게 들어오는거죠. 새벽 1시에도 클레임 전화 받고... 그 때 '내가 어떻게든 편한 구두 만들고 만다'는 오기가 생겼어요.
고객들의 클레임때문에 마음고생 많이 하셨겠어요
당연히 힘들기도 했지만 그 때 실측하러 다니면서 고객 피드백을 직접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의 저희의 빨리 문제점을 초반에 빨리 캐치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지금에 와서 하는 말이지만 아무리 본인한테 딱 맞는 신발이라고 해도 신발이 딱딱하면 편할 리가 없잖아요. 나한테 딱 맞는 신발인데 그 신발이 나막신이라면 편할리가 없듯이요. 고객분들 만나서 피드백을 들어보니 사이즈도 중요하지만 구두 자체를 편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단 점을 알게 됐고 이를 제품에 빠르게 반영했어요.
그럼 사이즈 추천 서비스 이후에 본격적으로 편한 신발에 몰두하신 거네요?
그렇죠. 쿠션도 특별 제작하고, 구두 제작에 특화되어있는 직원분들도 채용하고, 동양인 발에 맞는 구두 모양도 연구하고 착화감 좋은 신발을 만들기 위해 대부분의 에너지를 썼어요. 예를 들어 스텔레토힐은 서양인한테 최적화되어있거든요. 발볼이 넓은 동양인이 신기는 어려운데 이를 보완해 발등 부분이 잘 늘어나고 말랑말랑한 스텔레토 힐을 만드는 거죠.
진짜 편하게 제작 됐는지는 어떻게 테스트 하시나요?
여자 직원뿐만 아니라 저를 포함한 남자 직원들까지 빅 사이즈로 제작해서 직접 신어봐요. 계단도 오르내려보고 작은 언덕도 오르내리고. 남자들이 테스트해서 뭐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오히려 남자는 힐을 신어볼 일이 없기 때문에 조금만 불편해도 못 신거든요. 남자인 제가 신어도 편하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만들고 있죠.
편한 구두를 완성하고 난 이후엔 대박이 났나요?
산 넘어 산이라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또 있더라고요. 편하긴 한데 디자인이 별로라는 피드백을 받았어요. 고객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니 결국 고객이 원한 것은 단순히 편한 구두가 아니라 '예쁜구두를 편하게 신고 싶다'였던 거예요. 착화감은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조건인거죠. 여성고객들에겐 디자인이 엄청나게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깨닫고 그래서 디자인이 예쁘면서 편한 구두를 만드는데 집중했죠.
와.. 고객 피드백을 정말 잘 반영하시네요
제가 여자가 아니다보니 고객분들 마음을 100% 알 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고객분들의 의견을 잘 들으려고 노력하죠. PMF 찾으려면 내가 만들고 싶은 제품이 아닌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라고 하잖아요. 그게 정말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저희팀은 CS팀이 따로 없고 팀원 전체가 채널톡으로 고객 문의 응대하느데 그렇게 고객 피드백을 받고 개선하고, 개선한 제품을 내놓고 또다시 피드백 받고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반복할수록 고객분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더라고요.
착화감+디자인을 모두 만족한 구두를 출시한 뒤 성과는 어땠나요?
예쁘면서 편한 구두를 만든 시점이 저희의 터닝 포인트였어요. 지금은 분기별로 2배씩 성장하고 있고 고객들 반응도 아주 좋아요. 저희가 오프라인 쇼룸이 있는데 쇼룸에 오시면 10명 중 8분은 구매를 하고 돌아가세요. '여기 망하면 신발 살데 없으니까 절대 망하지 마세요. 망하게 되면 미리 말해주세요. 여기 제품 다 사둬야 하니까'하고 말해주시는 고객분도 계실정도로 만족도가 높아졌어요.
끊임없이 고객 피드백을 받고 제품에 반영하는 정석을 따르신게 비법인가요?
그렇죠. 많은 분들이 실수하시는 게 평소에는 고객 피드백을 받지 않고 있다가 신제품 기획이 필요할 때가 되어서야 고객 설문을 하거든요. 그런데 설문조사란 게 편견이 섞이기 쉬운 분야잖아요. 예를 들어 상품 가격을 높일지 낮출지 설문을 한다 했을 때 ‘가격을 올려주세요!’라고 하는 소비자는 아무도 없을 거예요. 그런데 만약 가격을 올리라고 답한 소비자가 없다고 해서 정말 가격을 높이지 않는다면 평생 가격을 높일 수 없겠죠. 제 생각엔 인위적인 방법으로 고객의 마음을 알려고 하기 보다 고객의 목소리를 항상 듣는 문화를 갖는게 PMF 찾는데 훨씬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희의 철학이기도 한 '고객이 답이다'와도 상통하는 말씀이네요. 인터뷰하면서 저도모르게 쓰담슈즈의 팬이 되어 버린 것 같아요! 쓰담슈즈의 향후 목표도 궁금합니다.
지금은 저희 슬로건이 '운동화만큼 편한 구두'인데, 앞으로는 '운동화보다 편한 구두'를 만드는 게 꿈이에요. 그리고 예쁜 구두는 불편하다, 혹은 편한 구두는 못생겼다는 편견을 깨고 예쁘고 편한 구두를 만들고 싶어요. '쓰담슈즈는 착화감은 보장돼 있으니 디자인만 고르면 된다'가 될 수 있게 디자인과 착화감을 모두 만족시키는 제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제품의 완성도란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제품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결정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편한 신발을 만들어도, 디자인이 예쁘지 않으면 환영받지 못한다는 배움을 빠르게 수용해 디자인과 착화감을 동시에 충족시킨 쓰담슈즈 사례는 '고객이 답이다'의 좋은 예가 아닐까 합니다. 앞으로도 쓰담슈즈가 앞으로도 많은 고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하길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