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검색시대, SEO를 둘러싼 반전의 반전
Wony • Marketing Manager
AI 챗봇이 일상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궁금한 게 생기면 구글 검색창 대신 ChatGPT를 켜는 일이 낯설지 않습니다. 주변을 봐도 일일이 클릭해봐야 하는 검색 결과 대신, AI가 알아서 정리해준 정답을 더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이런 식으로 말이죠
ChatGPT, Perplexity, Claude 등 AI 기반 검색 도구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구글 검색은 점점 설 자리를 잃는 것처럼 보입니다. AI 검색이 정말 구글링을 대체한 걸까요?
설마요
AI 챗봇들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구글 검색 트래픽이나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안정적인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Bank of America가 25년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1월 구글의 일일 방문자 수는 전월 대비 1% 증가한 27억 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로는 1% 감소했다고 합니다. 동시에 ChatGPT의 방문자 수는 전월 대비 4%, 전년 동기 대비 148% 증가하여 1억 2,800만 건에 달했는데요, ChatGPT같은 AI 챗봇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구글 검색을 유의미하게 대체했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고 볼 수 있죠. (출처: PYMNTS)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 검색 엔진 최적화(SEO)를 바라보는 업계 분위기가 밝지만은 않아요. 기업 블로그의 트래픽이 점점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24년부터 꾸준히 나오기 시작합니다. 'RIP SEO', 'SEO의 종말'이라는 흉흉한 유행어가 돌기도 하고요. 원인이 뭘까요?
SEO란? 검색 엔진 최적화(Search Engine Optimazation)
웹사이트 및 블로그 페이지를 검색결과 상위에 노출시켜 오가닉 트래픽(유료 광고 없이 웹사이트에 방문하는 트래픽)을 늘리는 전략
2024년 3월, 구글은 ‘더 유용한 콘텐츠’를 우선시하겠다는 핵심 업데이트를 발표했습니다.(출처) 더 유용한 정보를 보여주고 저품질 콘텐츠를 줄이겠다는 게 골자였는데요, 이는 기존에 SEO로 이름을 날리던 기업들에게마저 예외 없이 타격을 입혔습니다.
Hubspot 블로그의 트래픽(추정치) 하락 (출처: ahrefs 캡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미국의 CRM 솔루션 HubSpot(허브스팟)의 블로그입니다. 한때 SEO 성공사례의 대표주자이자 콘텐츠 마케팅의 대명사였던 HubSpot 블로그는 해당 업데이트 이후 1년간 오가닉 트래픽이 최대 80%까지 하락하며 업계에 충격을 안겼습니다. 구글의 정책 업데이트와 Hubspot 블로그의 트래픽 하락,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SEO 전문가들은 Hubspot의 노후화된 콘텐츠, 특히 과거에 트래픽만을 주목적으로 발행하여 서비스와 잠재고객에게 연관이 없고 내용이 얕은 콘텐츠가 주요 원인중 하나라고 지목했어요.
위 5개 콘텐츠로만 한달간 약 46만 트래픽이 들어왔던 Hubspot 블로그 (출처: ahrefs 캡처)
‘100가지 유명한 명언집’, ‘어깨 으쓱 ¯\(ツ)/¯ 이모티콘을 빠르게 타이핑하는 방법’ ‘자기소개서 46종 예시’같은 콘텐츠가 대표적입니다. 넓고 얕은 관심사로 인기를 끌며 많은 트래픽을 모았지만, 구글의 ‘고품질 콘텐츠’를 가려내는 업데이트 기준에 충족하지 못했죠.
(올해 1월 HubSpot 블로그의 트래픽 하락으로 링크드인과 X에서 뜨거운 논쟁이 일자, 이후 '명언집'과 '어깨 으쓱 이모지' 글은 콘텐츠 감수 리포트 포스팅으로 리다이렉트되었어요)
최근 구글에서 검색하면 ‘AI 개요’라고 요약된 답변이 나오는 걸 보신 적 있을거예요. 이 ‘AI 개요’가 SEO를 죽였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 검색 기능인 'AI 개요(AI Overview)'는 2024년 5월 미국에서 최초로 선보인 이후, 한국에서는 같은 해 12월부터 본격 적용되었어요.
써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답을 요약해서 알려주다보니 출처에 해당하는 콘텐츠 링크를 누르거나 스크롤을 내려 검색 결과를 더이상 찾지 않는 경우가 종종 생겨요. 이 현상을 ‘제로 클릭 검색’(Zero-click search)이라고 합니다.
AI 요약 이전에도 제로 클릭 검색은 존재했습니다. ‘에스파 데뷔’라고 검색하면 바로 답이 뜨거나, ‘utm 뜻’ 을 검색하면 스니펫에서 바로 정보를 주는 방식이었죠. 구글의 AI 요약이 이 제로 클릭 검색을 가속화하며 기업 블로그의 트래픽을 감소시켰다는 시각입니다.
Zero-click search란?
사용자가 요약만 보고 더 이상 아래로 스크롤하거나 웹사이트에 들어가지 않음.
특히 상위 노출에 의존하던 사이트는 검색 노출은 유지되지만 클릭은 줄어드는 현상을 겪을 수 있음.
정말이지 불확실성의 시대입니다. 어제 중요했던 게 오늘은 중요하지 않을 수 있어요.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비록 콘텐츠 소비형태는 바뀌었어도, 콘텐츠도 고객중심이 중요하다는 명제는 동일합니다. 기업이 타겟하는 고객이 누군지 정의하고, 그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콘텐츠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에요. 그것이 SEO로 대표되는 콘텐츠 마케팅의 본질이기도 하고요.
Hubspot 블로그는 과거 방대한 양의 콘텐츠로 트래픽을 끌어모았습니다. 2023년 2월 기준 Hubspot 블로그에는 13,822개 페이지가 있었다고 해요. 그치만 특정 분야에서는 전문성이 부족한 얕은 콘텐츠, 서비스와 연관이 없는 주제들까지도 다루며 ‘불필요한 트래픽’도 가져왔다는 평가가 있죠.
아이러니하게도 'Hubspot 블로그의 트래픽 감소가 비즈니스에 심각한 타격을 줄까?' 라는 질문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대부분입니다. HubSpot은 연매출 약 2.9조 B2B SaaS 서비스로, 주요 고객 타겟층은 개인이 아닌 규모 있는 기업의 의사결정권자입니다. '명언집 모음'이나 '어깨으쓱 이모지' 콘텐츠가 서비스 도입 의사결정에 큰 도움이 되진 않았을 거예요. 또, 제품과 연관되면서도 풍부한 정보를 전달하는 콘텐츠는 여전히 SEO에서 건재하며, 서비스에 대한 관여도를 높이며 잠재 고객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Hubspot 서비스와 밀접한 CRM과 마케팅 관련 콘텐츠들은 트래픽이 알차게 오르고 있습니다 (출처: ahrefs 캡처)
트래픽만을 핵심 지표로 봐서는 안됩니다. 넓이보다는 깊이 있는 콘텐츠가 구글의 매서운 품질관리에서 살아남는 생존 전략이자, 비즈니스 성과와도 직결되는 성장 전략이 될 거예요.
1) SEO 퀄리티와도 연결되는 이야기인데요, 퀄리티 높은 콘텐츠로 AI 개요에 출처로 노출된다면 아무리 제로 클릭 검색 시대여도 관여도 높은 트래픽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AI 개요는 아무 콘텐츠나 가져다 쓰지 않습니다. 즉, AI 요약에 출처(source)로 인용될 수 있을 만큼 전문성과 신뢰도를 갖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합니다.
AI 요약에 인용되는 콘텐츠의 특징엔 크게 두 가지가 있어요.
AI 요약은 ‘질문형 콘텐츠’를 선호합니다
‘무엇인가요?’ ‘어떻게 하나요?’ ‘왜 그런가요?’ 같은 질문에 명확히 답하는 구조로 쓰는 게 유리하다고 해요.
B2B SaaS : “CRM 도입은 어떻게 시작하나요?”
교육 : “토익 공부 혼자 해도 될까요?”
EEAT 요소를 콘텐츠에 녹이기
EEAT란? 구글이 웹페이지의 품질을 평가할 때 사용하는 기준으로 경험(Experience), 전문성(Expertise), 권위성(Authoritativeness), 신뢰성(Trustworthiness)을 뜻합니다. 아래 조건을 갖춘 글은 EEAT 평가를 높이 받을 가능성이 높아요.
경력이나 전문성이 드러나는 작성자 소개
경험 기반의 서술
신뢰도 높은 외부 출처 인용
데이터, 통계 등을 명확히 표기
EEAT 요소가 골고루 들어간 채널톡 아티클 'MCP는 AI 업계의 표준이 될까요?' (출처: 채널톡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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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브랜드: “피부과 전문의가 추천한 민감성 스킨케어 루틴”
인테리어 업체: “10년 차 시공 전문가의 단열 팁”
패션 이커머스: “200명 대상 설문: 봄에 가장 많이 사는 아우터는?”
부동산: “2024년 서울 전세가 변동률, 직접 비교해봤습니다.”
다시 제목으로 돌아와서, SEO가 정말 죽었을까요?
트래픽이 죽고 있으니 블로그에서 손 떼고 다른 마케팅 수단을 찾아봐야 할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구글 검색 알고리즘 업데이트는 트래픽을 죽이기 위해서가 아닌, 사용자들이 가치있는 콘텐츠를 소비하도록 만드는 데 목적이 있어요. 내 콘텐츠가 가치가 있다면 오히려 기회가 되는 셈이죠.
이런 짤도 있더라고요
AI 검색 시대에도 콘텐츠의 가치는 여전합니다. 사람들은 궁금한 것을 묻고, 답을 찾습니다. 설령 SEO에 정말 종말이 찾아와도, 한가지 질문에 답변할 수 있다면 괜찮습니다.
“우리의 고객이 궁금해 하는 질문에 답변하고 있나요?”
아직 그런 콘텐츠가 없다면, '고객이 궁금해하는 질문'부터 시작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