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애견 인구 1,000만 시대. 애견 산업의 시장 규모는 어느덧 2조 원을 훌쩍 넘겼다. 큰 덩치를 앞세운 유통 대기업들은 애견 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며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강아지를 위한 정기배송🎁’이라는 생소한 서비스로 베이컨컴퍼니가 이들 사이에서 경쟁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1년 반. 벌써 전국의 2만 마리 반려견들이 베이컨박스를 이용했으며, 매 달 수 천 마리의 강아지들이 선물을 받고 꼬리를 흔들어대고 있다.
이 스타트업이 대기업의 공세 속에서도 승승장구하는 이유를 알고 싶다면, 우선 베이컨박스를 열어보길 추천한다.
‘11년차 개누나’를 놀라게 한 베이컨박스
인터뷰를 하기 전, 강아지를 키운다고 하니 대표님께서 3월 베이컨 박스를 보내주셨다.
만나기도 전에 제품부터 선보이는 자신감이라니. 어차피 우리 둥이는 집에 들어가도 꼬리만 잠깐 흔들다 돌아서는 시크한 녀석이라, 별 기대 않고 선물을 받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카지노를 테마로 한 3월의 베이컨박스 ‘카지노'PAW'얄’
장난감 인형 속에 간식을 숨겨 던져주고
삑삑 소리 나는 애착 인형으로 놀아줬더니만...
웬일로 녀석이 내 침대에 올라와 애교를 부리더니 아예 드러누워 잠을 자더라는.
개누나 11년 차, 밥 한 번 굶긴 적 없고 장난감도 항상 있었는데... 둥이가 생전 처음 보여준 리액션에 감동받아 베이컨박스 1년 정기구독을 질러버렸다.
둥이 너가 행복하다면..! #주문인증
애견 사업에 한 번도 몸 담은 적 없는 사람들이 모였다는 회사에서, 우리 둥이 취향을 어떻게 그렇게 귀신같이 찾아낸 걸까? 궁금증을 가득 안고, 잠실에 위치한 베이컨컴퍼니 사무실을 찾았다.
강아지 물건 뭐 그리 다를 게 있나 싶었는데, 녀석이 베이컨박스를 받아본 뒤로 갑자기 저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거예요. 강아지의 마음을 사로잡는 센스가 엄청나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그게 바로 저희가 원하는 거예요. 강아지가 선물인걸 알까? 싶지만 선물을 받고 진짜 좋아하는 경우가 많아요.
매번 다른 테마의 ‘베이컨박스’를 선물해 매 달 반려견을 위한 “개린이날”을 만들어 주는 것을 모토로 하고 있습니다. 강아지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게 저희의 임무죠.
성공의 비결은 '베이컨컴퍼니만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
집중, 집중, 초집중....
사람도 아닌 강아지를 위한 정기배송 서비스가 좀 생소했어요.
사실 반려동물을 위한 정기배송 서비스는 예전에도 여러 개 있었어요. 다만 잘 되지 않았죠. 매번 새로운 테마로 새로운 장난감, 간식을 파는 곳이 없었거든요. 저희는 매달 수 천 개의 박스를 만들고 있는데, 구독하는 고객의 수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고객 수가 그렇게 많으면 오프라인 매장을 열어도 될 것 같은데요?
반려견 사업에 뛰어들고 알게 된 재밌는 사실이 있어요. 한국에 계신 많은 재벌 2세들이 반려견을 사랑하는 애견인으로 유명하시더라고요. 그만큼 반려견 사업에 투자를 많이 하고 계시고요. 그 큰 규모와 물량 공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베이컨컴퍼니만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해요. 똑같은 제품이 수십 개씩 진열된 매장보다 보다는 베이컨컴퍼니 고유의 색깔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베이컨컴퍼니만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게 어떤 거예요?
정기배송으로 편리성을 드리는 동시에, 뛰어난 기획력으로 기대감을 드리는 거예요.
정기배송은 일단 신청만 해 놓으면 아무리 바빠도 한 달에 한 번 무조건 강아지를 위한 선물이 와요. 저희처럼 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고객들은 여기에서 큰 만족감을 느끼세요. 게다가 매번 새로운 게 오니까 다음 박스에는 어떤 게 들어있을까 많이들 궁금해 하세요. 강아지가 행복해하는 걸 보면서 기뻐하시고 또 다음 달 박스를 기다리게 되는거죠.
누구든지 언제나 열 수 있는 테마대잔치🎉
매달 다른 테마를 기획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맞아요. 쉽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에 드는 콘텐츠는 보편성을 갖춰야 하거든요. 동시에 유니크해야 하죠.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같은 아이디어가 늘 필요합니다. 게다가 시의성도 중요해요. 이미 ‘킹왕짱’이나 ‘가즈아’ 같은 단어는 마케팅에서 사용할 수 없잖아요?
다행히 베이컨컴퍼니가 피키캐스트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모여 만든 스타트업이거든요. 기본적으로 미디어와 트렌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입니다. 그래서 저희의 능력치를 어떻게하면 극대화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테마대잔치’라는 이벤트를 만들었어요.
럭비를 배고 자면 아이디어가 샘솟는다는 전설이...
테마대잔치? 아이디어 잔치를 벌이는 건가요?
맞아요. 저희 멤버 모두 베이컨박스로 반려견 가족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길 바라는 사람들이에요. 다들 강아지를 좋아하고, 키우는 멤버들도 많죠. 그래서 아이디어가 항상 넘쳐요. 사실 쌓아 놓고 있죠.
테마대잔치는 양질의 아이디어를 더 많이 만들기 위한 이벤트인데요, 포맷을 정해놓고 테마와 박스에 들어갈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수시로 발표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이달의 테마’로 선정되면 포상이 주어집니다. 직원 전부가 기획자가 되는 거예요. 모두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커리 '내가 다음 달 베이컨박스 때문에 참는다...'
피드백을 먹고 자라나는 베이컨박스😃
강아지를 위한 다이어트 간식도 있더라구요. 그런 것도 내부에서 나온 아이디어인가요?
저희가 직접 개를 키우기도 하고 풍부하게 아이디어도 내지만 한계는 분명 있어요. 세상에 강아지는 너무 많고, 사람처럼 강아지의 체질이나 취향도 정말 다양하거든요. 그래서 다이어트 간식 같은 상품을 기획할 때에는 고객들의 피드백을 많이 반영했어요.
처음에는 저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부터 만들었어요. 그런데 홈페이지에서 고객들의 문의도 받고 인스타그램 후기도 살펴 보니까 강아지에 따라 필요한 것들이 정말 다르더라구요. 일단 소형/중형/대형견에 따라 액세서리 사이즈가 다르죠. 또 강아지마다 특이성도 있고, 알러지가 있는 경우도 많아요. 예를 들면, 저희 럭비는 감자를 못 먹어요.
그렇게 각기 다른 특징들을 어떻게 다 수집하셨어요?
베이컨 박스를 신청할 때 유의할 점이나 특징을 적는 칸을 만들었어요. 강아지들 데이터가 쌓이고 나니 특징 별로 그룹을 나눌 수 있겠더라고요. 이가 약한 노령견, 피부가 예민한 친구, 체중 관리가 필요한 친구 등등. 확실히 필요한 것들이 보였고, 그에 따른 상품을 개발하기 시작했죠.
상품까지 새롭게 개발하시다니, 피드백을 정말 적극적으로 반영해 주시네요!
당연한 거예요. 고객들을 만족시키려면 다른 데서는 찾을 수 없는 특별한 선물을 드려야 하니까요. 사실 인스타그램도 강아지를 키우는 분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기 위해서 시작했어요. 저희 고객들은 스타트업이 만드는, 기존에 없던 서비스를 이용하시는 거잖아요. 대부분 얼리어답터예요. 그런 분들은 인스타그램에 모여 있죠.
하대리, 럭사원, 커부장의 파.티.타.임 - ☆
럭비, 하키, 커리 맞죠? 저도 인스타그램에서 본 적 있어요.
네, 럭사원, 하대리, 커부장이십니다. 모두 독플루엔서(Dog + Influencer)들이에요. 저보다 인스타 팔로워가 많죠. 인스타에서 활동하면서 초반에 베이컨박스를 널리 알렸어요. 댓글이나 메시지로 의견도 많이 받아요.
웬만해선 컨펌을 주지 않는다는 깐깐한 하대리
그리고 인스타그램에는 해시태그가 있잖아요. 그걸 통해서 일종의 커뮤니티 같은 게 형성돼요. 강아지와 관련된 게시물을 올리는 분들이 어떤 걸 원하고 베이컨박스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해시태그를 타고 들어가서 확인할 수도 있어요.
열일하는 뽀부장님 (출처 : 인스타그램 bbobbo.y 님의 반려견 뽀뽀)
인스타그램 하니까 생각났는데요. 이 영상이요, 너무 웃기고 재밌어서 기획된 게 아닌가 의심했잖아요. 기획하신 거 아니죠?
하하. 절대 저희가 기획한 게 아닙니다. 그 영상을 만드신 분은 반려견과 유쾌하게 노는 영상을 자주 찍어서 올리세요. 엄청 센스가 있는 분이죠. 이 영상은 미국의 9GAG에도 소개가 되고 웹 상에서 공유가 정말 많이 됐어요. 조회수가 1천 만을 넘었죠. 이렇게 반려견 가족들이 베이컨박스를 통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면 큰 보람을 느껴요. 정말 힘을 주는 피드백이죠.
서비스 또한 ‘베이컨컴퍼니만 할 수 있는 것’으로
다양한 피드백을 제품에만 반영하는 게 아니라면서요?
저희는 제품 뿐 아니라 서비스로도 특별한 경험을 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고객만족 서비스를 굉장히 적극적으로 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어떤 고객이 제품이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피드백을 인스타그램이나 채널로 남겨주시면 댓글이나 상담으로 끝내기도 하지만 ‘행복박스’를 추가로 보내드려요. 새로운 상품으로요. 반려견의 행복을 책임지기로 했는데, 그러지 못했으니까 행복을 주기 위해 또 박스를 보내드리는 거죠. 죄송한 일이 생겼을 땐 ‘쏘리박스’를 보내고요. 불만은 없지만 조금 아쉽다고 하시는 분들께 종종 ‘서프라이즈박스’를 보낼 때도 있어요. 예상치 못한 선물로 놀라움을 드려서 아쉬움을 채우는 거죠. 오랫동안 정기 구독을 하다 중단하신 분들께는 그 동안 함께 해준 데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땡큐박스’를 보내드립니다.
와, 감동 받은 고객이 한두 분이 아니겠어요.
오히려 저희가 감동을 받을 때도 있어요.
반려견을 사랑하지만 더 이상 우리 제품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강아지가 무지개 다리를 건넌다고 하죠. 그런 소식을 들으면 저희는 ‘레인보우박스’를 보내요. 예를 들어 망치라는 강아지가 있었다면, ‘안녕하세요 그 동안 망치의 선물을 담당했던. 직원 누구입니다.’라고 짧은 편지를 써서 선물과 함께 보내죠.
그런데 한 고객께서 레인보우박스를 받으시고 반려견의 유골함 앞에 저희가 쓴 편지랑 꽃, 레인보우 박스를 놓고는 ‘망치야, 너는 저 세상에 가서도 이렇게 사랑을 받는구나.’라면서 사진을 찍어 인스타에 올리셨더라구요. 정말 뭉클해지는 순간이었어요.
폭발적인 인기를 소화하는 노하우
베이컨컴퍼니의 아가페적인 사랑에 고객들은 더 큰 사랑으로 화답해 주시네요. 강아지가 유난히 좋아했던 제품이나 테마에 대한 문의도 엄청날 것 같은데요?
네, 테마별로 팔다 보면 핫한 아이템이 나오는데요, 감사하게도 정말 많은 분들이 개별 판매 문의나 요청을 해주세요. 실제로 그렇게 저희한테 말씀을 주시면 개별적으로도 판매를 하고요.
한 달에 수 천 명이 이용 하시잖아요, 그런 문의에 응대하시는 것도 쉽지 않겠어요.
채널 덕분에 효율적으로 응대하고 있어요. 고객들이 먼저 저희에게 뭐가 좋고 뭐가 나쁜지 알려주려고 연락을 해주시는데, 한 건도 놓칠 수가 없잖아요. 모든 문의를 전화로 받았더라면 전 직원이 하루종일 전화기만 붙잡고 있어도 다 응대 못 할 거예요. 채널은 실시간으로 채팅을 하니까 고객들은 오래 기다릴 필요 없이 빠르게 대화할 수 있고, 저희는 업무 하는 동안에도 동시에 상담을할 수 있어요. 질문에 가장 잘 답변할 수 있는 직원이 바로 가서 응대할 수도 있고요.
비슷한 서비스를 모조리 다 뒤져서 비교 분석했는데, 채널이 가장 잘 맞는다고 판단했어요.
이광배 이사님,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채널을 선택하신 이유는 뭐예요?
처음에는 생존을 위해서 썼어요. 홈페이지를 만들긴 했는데, 손님이 들어왔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니까 허송세월 하는 것 같았거든요. 조회수는 많은데 실제 구매하시는 분들도 몇 없고, 답답했죠. 채널을 달아놓으니 어떤 분이 들어와서 얼마나 머물고 있는지도 알 수 있고, 질문에 바로 답변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덕분에 방문 대비 구매율이 높아졌습니다.
사실 초반에는 기능적으로 부족함을 느꼈었어요. 초반의 채널은 지금과 많이 달랐잖아요? 그래서 채널 팀의 채널로 이것저것 해달라고 되게 괴롭혔어요. 그러니까 저희 회사로 개발자를 보내시더라구요. 어떤 기능이 필요한 지 직접 듣고 제품에 반영하시겠다면서요. 놀랐어요. 앞으로도 이 서비스는 무조건 발전하겠다는 확신이 생겨서 채널로 갈아탔습니다.
대표님 이야기를 들으니, 고객 피드백을 잘 듣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정말 와닿네요. 저희도 더욱 분발해야겠어요.
오늘 정말 많이 배워갑니다! 앞으로 1년 동안 받게 될 베이컨박스🐶🐶🐶도 너무 기대되어요 :-)
하하. 신청란에 따로 메모 남겨주세요. 저희가 특별히 더 신경써서 선물 보내드릴게요.
인터뷰를 마치며
재벌 2세들이 아무리 반려견 사업에 투자를 많이 한다 한들, 베이컨컴퍼니의 상상을 뛰어넘는 정성과 애정을 따라갈 수 있을까.
대표님의 답변 곳곳에서는 제품과 직원분들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났고 그 자신감은 가히 탄탄한 근거를 갖고 있었다.
2018년 4월 베이컨박스 테마 '꽃개'
이번 달(4월) 테마는 ‘꽃개’라고 하던데, 이런 봄에 딱 맞고 사랑스러운 테마라니.
베이컨컴퍼니에 마음을 빼앗겨 강아지보다 내가 더 새로운 베이컨박스를 목빠지게 기다리는 중이다. 1년 정기구독을 신청했던 지난 달의 나를 칭찬하며 인터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