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te • Eunji Lim, HQ People Team Lead
1월 29일
20대 후반의 개발자와 디자이너 두 사람은 외부 투자금 한 푼 없이 둘이 합쳐 400만 원, 그리고 최고로 잘 만들겠다는 확신만을 갖고 첫번째 서비스를 개발했다.
기획도 마케팅도 없이 맨 땅에 헤딩으로 만들어낸 첫 서비스는 4년 만에 결국 접어야했지만, 그 실패를 발판으로 세상에 나온 웹사이트 구축 서비스(이하 '웹빌더') ‘아임웹’은 급속도로 성장중이다. 만 3년 동안 아임웹을 통해 제작된 사이트는 8만개가 넘었고, 올해 매출은 8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고객들이 찾는 아임웹의 철학은 ‘고객은 바보다’라고 하는데, 의아한 마음에 솟아나는 질문들을 품고 아임웹의 이수모 대표를 만나러 갔다.
디자이너 출신 대표님이시라고 들었어요.
창업하기 전에 10년 동안 UX 디자이너(제품 혹은 서비스의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는 디자이너)로 활동했었어요. 프리랜서를 하든 회사를 다니든 수많은 PT 경쟁, 외주 경쟁을 해야했죠. 최적의 사용성을 만들어야 하는 UX 디자인은 버튼 하나 바꾸는 것도 조심스러워요. 버튼처럼 미세하고 사소한 것들이 결과에 엄청난 차이를 주거든요. 그때 사람들은 어떤 것에 끌리는지를 깨달았던 것 같아요.
오, 엄청난 깨달음이네요. 사람들은 어떤 것에 끌리나요?
무조건 쉽고 편한 것에 끌려요. 사람들은 매순간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고 하거든요. 그래서 역설적으로 '고객은 바보다'라는 나름의 제품 철학을 세웠어요. 바보가 써도 문제 없을만큼 쉬운 사용성을 구현하는 데 답이 있었으니까요. 10년 동안 웹페이지 UX 디자인을 하다보니, 누구든 직관적이고 편리하게 웹사이트를 만들게 하고 싶더라구요. 근데 당시에 나온 웹빌더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들은 사용법을 이해하기도 쉽지 않고 디자인도 많이 아쉬웠어요. 실력 만큼은 누구한테도 지지 않을 자신감으로 모바일 사이트를 구축해주는 서비스를 만들었죠. 그때가 스마트폰이 등장해 모바일 시장이 막 부상하던 시기라, 모바일만 초점을 맞췄던 거예요.
의도도, 아이템도 좋았던 것 같네요!
4~5년 정도 하다가 접었어요. 완전히 망한 건 아니었지만 회사를 계속 꾸려나가기 힘든 정도였거든요. 그렇게 된 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감을 갖고 만든 제품의 실패에 있었어요. 가장 편하고 직관적으로 만들자고 했던 철학과 완전히 어긋났던 거예요. 모바일에만 몰두를 해서 PC용 웹페이지를 만들 생각을 못했던 게 패착이었죠. 고객들은 결국 PC 웹사이트도 필요로 하시더라구요.처음부터 둘을 연동할 수 있게 만들어놓지 않아서 아예 모바일과 PC를 따로따로 만들어야 했어요. 많이들 불편해하셨죠.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웹페이지를 하나만 만들어도 PC와 모바일 어디서든 화면이 조절되는 반응형 웹사이트 빌더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어요. 이번에는 '고객은 바보다'라는 우리의 철학을 근본적으로 적용한 제품을 개발했죠. 고객의 페르소나를 '웹사이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설정해놓고, 바보도 쓸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이고 편리한 사용성을 추구했어요. 한 번의 실패를 딛고 비로소 우리의 철학을 제대로 담아낸 거예요.
사실 직관적이고 편리한 서비스가 필요한 건 알아도 만들기는 쉽지 않잖아요. 대표님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시는 건가요?
사람들의 예측에 부합하느냐를 봐요. 예를 들어서 스마트폰을 쓴 후에는 사진을 왼쪽으로 밀면 다음 사진으로 넘어간다는 걸 무의식이 기억하잖아요. 그럼 아임웹에서도 갤러리를 만들 때 유사한 방식으로 구현하는 거예요. 아주 미세한 차이로 보여도 그런 작은 세팅 하나하나가 사용성을 확 달라지게 해 주죠.
서비스의 기초부터 새로 시작한 후로는 바로 사업이 잘 되셨나요?
분명 전보다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었는데, 처음 1년이 지지부진했어요. 그때 마케터의 제안으로 브랜딩을 새롭게 했죠. 원래 서비스명은 '더즈넛'이었는데, 직관적으로 웹사이트와 관련되어있다는 느낌을 주는 ‘아임웹’으로 이름을 바꿨어요. 새로 브랜딩을 하니까 네이버에서 검색량이 점점 늘더니 해외 유명 웹빌더인 ‘WIX’를 추월해버리더라구요. '고객은 바보다'라는 철학이 적용되는 건 브랜딩도 예외가 아니었어요. 직관적인 게 살아남죠. 그 이후로 회사는 매년 3배 정도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WIX를 말씀해주셨는데 국내외에 큰 규모의 유명 웹빌더들이 정말 많잖아요. 그 틈에서 아임웹이 연간 3배나 성장하는 비결이 뭔가요?
직관적이고 편리하니까요. 해외웹빌더는 개발자용이 많아요. 코드 기반이라 코딩을 해서 웹사이트를 구성하죠. 일반인들이 만들기 쉽지 않아요. 아임웹은 그리드 형식이라고 해서, 모눈종이에 원하는 디자인을 갖다 붙이는 방식이에요. 옮기고, 크기를 조절하는 그대로 웹사이트가 만들어지는 거죠. 거기다 자유도도 높아요. 국내에도 그리드 형식을 사용하는 곳이 많은데 저희는 정해진 틀이 없이 원하는대로 웹사이트를 구성할 수 있죠.
항상 사용자를 생각하셔서 그런지 웹사이트를 보면 아임웹 활용 가이드를 엄청 친절하게 제공해주시는 것 같아요.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IT제품을 사면 늘 매뉴얼이 들어있잖아요. 아임웹을 사용해주시는 분들은 30~40대 직장인들이 가장 많은데요, 직장에 다니면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 웹사이트를 처음 만드는 일반인들이 대부분이에요. 코딩은 물론이고 디자인도 해본 적 없는 분들이 웹사이트를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우시겠어요. 새로운 기능이 생길 때마다 어떻게 활용하는지 알려드리는 건 정말 기본이죠. 그런데 결국에는 이런 가이드가 필요 없는 제품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네? 이렇게 열심히 만들어 놓은 가이드가 필요없어지는 게 목표라구요?
코딩도 디자인도 안 해봤지만 쉽게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거예요. 스마트폰이나 세탁기의 매뉴얼을 안 보고도 다들 잘 사용하시잖아요. 아임웹도 그런 쉽고 편리한 솔루션으로 만들어가고 싶어요.
작년에 아임웹 사용법을 강의해주는 오프라인 캠퍼스를 만드신 걸로 아는데요, 활용 가이드를 없애겠다는 말씀과 반대되는 행보 아닌가요?
캠퍼스에서 아임웹 사용법 강의도 하지만, 디자인, 마케팅 등 온라인 사업을 잘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전반적인 내용을 교육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그런 부분을 더욱 강화시킬 거예요. 특히 웹사이트를 만들 때 가장 큰 고비가 ‘디자인’이거든요. 이미지를 넣을 줄도 알고, 배경의 색깔을 바꿀 줄도 알지만 어떤 이미지를 넣어야 예쁘고 어떤 색깔이 어울릴지 몰라서 고민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마케팅의 목적도 있어요. 처음부터 제대로 배워서 웹사이트를 만들고 싶어하는 분들이 오셔서 신규 고객으로 가입도 많이 하시죠.
결국에는 디자인도 매뉴얼이나 강의 없이 잘 할 수 있을까요?
점차 그렇게 하려고 디자인 템플릿을 만들어 놓고, 외주 디자인 업체와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준비했어요. 가끔 오해하시는 분이 계신데요, 템플릿대로 만드실 필요는 없어요. 다만 템플릿을 참고해서 이렇게 만들 수도 있구나 하고 영감을 얻어서 더 감각적으로 디자인을 하실 수 있죠. 디자이너에게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에요. 그래서 아예 전문가에게 맡길 수 있도록 실력있는 전문가를 선별해서 연결해드리는 서비스도 하고 있구요.
앞으로 어떤 성장 계획을 갖고 계신가요?
아임웹을 만들기 전에 실패한 사업을 통해 얻은 교훈으로 아임웹은 해외시장까지 염두에 두고 개발을 진행했어요. 좁은 시야를 갖고 제품을 만들면 어떻게 되는지를 알았으니까요. 한국 업체들이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웹사이트를 만드는 건 지금도 가능하구요, 앞으로는 서비스 자체를 다국어로 이용할 수 있게 확장할 계획입니다. 이미 외국어로 사용할 수 있게 개발 구조화도 되어 있는 상태고, 무엇보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개발자용인 해외 웹빌더에 비해 훨씬 사용이 간편하기 때문에 해외 진출은 시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의 사업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아임웹을 통해 만들어진 사이트가 8만개를 돌파했어요. 앞으로는 아임웹을 통해서 웹사이트를 만드는 걸 넘어서 웹사이트를 성장시키고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사업을 확장해 나갈 거예요. 캠퍼스의 강의 내용을 회계나 마케팅 등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진행하는 거구요. 고객들이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추후에는 네이버 스토어같은 플랫폼이랑도 연동해서 온라인 기반 사업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이 될 거예요.
여느 IT제품들처럼, 매뉴얼은 꼭 만들어 놓지만 그걸 볼 필요가 없는 편리한 솔루션을 만들겠다는 데서 한 번.
해외 웹빌더들보다 훨씬 사용성이 뛰어나며 이미 해외 진출을 위한 개발 구조화가 되어있다는 데서 또 한 번.
내 회사도 아닌데 무슨 주책인가 싶지만, 이 회사의 성장이 기대되는 마음에 몇 번이나 감탄하고 설렜던 인터뷰였다. 고객을 바보로 알고 빈틈없이 잘 챙겨줘서 참 고마운 아임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