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a • Hyeri Jo, Content Marketer
11월 14일
이 콘텐츠는 채널톡 뉴스레터 '파는 사람들'에서 발행하는 콘텐츠입니다. 채널톡의 다른 콘텐츠와는 달리 문어체로 작성되었습니다! 🫢
[인터뷰 미리보기]
"무조건 주관을 배제하고 고객이 원하는 걸 줘야 한다." ⋯ part ②
"80억 찍고 내년에 300억 한다니까 다들 말도 안 된다고 했다." ⋯ part ④
"상류에서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엄청 많이 한다." ⋯ part ⑤
"저는 장인보다는 상인에 가까운 사람이다." ⋯ part ⑥
[말한 사람과 묻고 쓴 사람]
말한 사람: 딥다이브 이성은 대표. 언더웨어 브랜드 '베리시'를 운영한다.
묻고 쓴 사람: 채널톡 조혜리(테나). 스타트업을 취재하다가 스타트업에 왔다.
“거창하게 브랜딩할 생각은 처음부터 안 했다. 무조건 많이 팔릴, 편하고 태가 예쁘게 나오는 브래지어를 만들고 싶었다.”
베리시 이성은 대표를 처음 만났을 때 이 말을 듣고 생각했다. 저 사람 완전 장사꾼이구나. 누군가는 장사꾼이라는 말을 별로 긍정적인 단어로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때 내가 썼던 ‘장사꾼’이라는 말은 찬사에 가까웠다. 군더더기 없이 지금 당장 고객에게 물건을 파는 일에 집중하는 사람.
그날의 미팅 이후 베리시는 계속 잘됐다. 2022년 매출 80억이었던 브랜드가 2023년 매출은 295억(영업이익 18억)으로 뛰었다. 2024년에는 매출 600억에 도전하는 중이다. ‘혁신의숲’ 기준으로 2024년 9월 이 회사의 인원은 74명에 불과하다. 인당 9억을 버는 일당백 회사라는 뜻이다.
베리시와 협업을 하면서 만나게 된 CX팀도 의욕 넘치고 똑똑했다. 회사에서 자신들에게 바라는 게 고객 문의 응대, 그 이상임을 아는 사람들이었다. CX팀이 주도성을 가지려면 팀원들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조직의 믿음과 기대도 필요하다. 그게 되는 회사가 맞을 거다. 베리시라는 회사의 무기는 고객 관점으로 생각하는 힘이니까.
지금은 청하를 모델로 쓰는 세련된 브랜드로 자리 잡았지만, 초기 베리시는 ‘골프브라’, ‘쿨핏브라’라는 직관적인 이름의 히트 상품으로 성장했다. 지독한 고객 분석으로 만들어진 제품들이었다. (관련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여기로) 직관적인 것을 넘어 투박하다는 느낌마저 드는 이름들이지만, 바로 그 지점이 베리시의 강점이다. 대중에게는 솔직하고 직관적인 것이 먹히니까.
비즈니스에서 고객 중심으로 사고해야 한다는 조언은 널렸다. 그런데 왜 실제로는 잘 안될까. 베리시는 왜 됐을까. 2024년 10월, 강남 인근 베리시 사무실에서 이성은 대표를 다시 만났다.
(본 인터뷰의 모든 인용구는 문어체로 다듬었다.)
첫 창업이 대학생 때였다고 알고 있는데, 어떤 사업이었나.
잠깐 미술품 대여 사업을 했다. 미대생들이 버리는 작품을 근처 카페에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사업이었다. 그런데 정작 카페 사장님들이 원하지 않는 비즈니스였다. 사장님들은 매출을 늘리거나 비용을 줄이는 데에 관심이 있지, 돈을 더 쓰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무조건 주관을 배제하고 고객이 원하는 걸 줘야 한다.
역시 경험을 통해서만 그런 깨달음이 가능한 걸까.
그리고 에고가 강하면 못 깨닫는 것 같다.
멋있어 보이지만 고객들은 원하지 않는 사업이었던 셈이다.
루이비통이 처음에 멋있어서 팔린 게 아니다. 트렁크가 사각형이라서, 쌓을 수 있어서 팔린 거다. 나이키도 그렇다. ‘블루리본 스포츠’에서 ‘오니츠카 타이거’의 제품을 떼다 팔다가 더 이상 유통하지 못하게 돼서 ‘나이키’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는데 고객들이 ‘여기서 파는 신발은 달릴 때 편해’라고 인지하니까 사준 거다.
긴 역사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가 생기는 건데, 사람들은 나이키와 루이비통의 지금 모습만 보고 ‘저런 게 브랜드’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
스티브 잡스가 ‘나이키는 신발을 팔지 않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신발을 팔지 않게 되기까지 20~30년은 걸렸다. 10년 동안 남의 신발을 팔고, 10년 동안 자기 신발을 팔고, 그다음에 브랜드를 팔게 된 거다.
베리시도 나중에 잘 돼서 누군가 ‘베리시는 브라를 팔지 않습니다.’라고 말하게 될 수도 있지만, 우리는 브라를 파는 것에 집중할 것이다.
첫 창업 망한 뒤에 했던 일은 무엇인가.
첫 창업 실패 직후 배운 것이 UX였다. 강사가 UX는 역사도 짧고 너무 빨리 변하기 때문에, 결국 중요한 건 ‘사용자 기반으로 생각하는 마인드셋’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냥 ‘생각’을 했다. 편의점에 가면 ‘왜 이렇게 진열돼 있지?’ 하고. 반대로 생각하기를 배운 거다. 취직할 때도 UX 에이전시 대표들에게 콜드메일을 보내서 진로 상담을 했다. 내가 어떻게 하면 나를 뽑아줄 거냐고.
한때 취직을 생각했던 것 같은데, 결국 다시 ‘베리시’로 창업한 이유는 뭐였나.
속옷 쇼핑몰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브라렛’ 키워드 유입이 많았다. 2조 규모의 속옷 시장에서 가장 큰 니즈는 ‘예쁘고 편한 속옷’이었다.
그런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가 없었나.
고객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 팀이 없었다. 기성 브랜드들은 작년에 성공한 제품을 수정해서 발주 넣기에 바빴고, 신진 브랜드들은 제품 개발보다는 사입이라는 쉬운 길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대가 바뀌고 ‘편하고 예쁜 속옷’을 입고 싶은 고객은 많아졌지만 선택권이 없었다. 불편하지만 늘 사던 속옷을 입을 것인가, 새로운 브랜드의 속옷을 도전해 볼 것인가. 그런데 고객들은 새로운 브랜드에 도전해도 실망하곤 했다.
우리는 처음부터 패턴을 직접 그리고 디자인했다. 최적의 착용감이 안 나올 것 같으면 샘플링 기한도 무기한으로 늘렸다. 대기업에서 2~3회 하는 샘플링을 10회 넘게도 했다. 한 번 입었을 때 만족 못하면 꽝이라고 생각했다. 30% 넘는 재구매율로 궤도에 오를 수 있었던 건 그 덕분이라고 본다.
‘반대로 생각하기’가 중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잘 안된다.
장사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저에게 상담하러 많이 오신다. 한 달에 3~4명 정도는 만난다. 만나면 토스 앱을 열어서 어떤 물건을 샀는지, 왜 샀는지 적어 보시라고 한다.
그전에는 ‘샴푸가 필요하면 쿠팡에 검색한다’. 이 정도로 생각했을 거다. 그런데 자기 자신의 니즈를 분석해 보면 ‘쿠팡에 탈모샴푸를 검색해서 리뷰가 좋은 걸 산다. 상위 노출된 제품을 산다.’ 이렇게 나온다. 그러면 파는 방법이 정해진다. ‘유통 채널에 상위 노출되도록 한다.’
누군가는 제품을 인플루언서 소개를 보고 구입하거나 인스타그램 광고를 보고 산다. 그러면 인플루언서 협업을 진행하거나 광고를 잘하는 게 방법이다.
우리 제품의 특성도 본다. 베리시는 쿠팡에서 1등 할 수 없다. 쿠팡에 브라를 검색했을 때 1순위로 뜨는 제품은 1만원이니까. 그러면 쿠팡에 들어가지 말고, 인스타그램이나 인플루언서 협업을 공략하는 거다.
‘반대로 생각하기’는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거다. 메타 인지라고 생각한다. 고객의 마음을 바탕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부족할 수도 있고, 제품이 안 좋은데 그걸 부정하고 싶은 경우도 있을 거다. 나는 잘하는데 사람들이 이해를 못 해준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최악인 것 같다.
고객이 원하는지는 잘 팔리는 제품들을 보거나, 고객 인터뷰를 해 보면 안다. 잘 된 분들은 초기에 고객들이 누구인지 많이 들여다보고 전화도 정말 많이 한다. 고객 지향적인 액션을 통해서 빠르게 자신을 부정하는 데 성공하는 분들이다.
나도 처음에는 매달 몇 회씩 고객 인터뷰를 했다. 지금도 네이버에서 ‘베리쉬’, ‘베리시’라고 검색해서 사람들이 어떤 글을 쓰는지 매일 본다.
고객 인터뷰 중에서 인상 깊은 사례는 없었나.
베리시는 원래 베이지, 블랙 컬러만 냈는데 여러 가지 컬러를 내 달라는 고객이 있었다. 아무리 좋은 속옷이라도 베이지, 블랙만 있으면 또 사고 싶지 않다고. 그 뒤로 컬러 발매를 많이 했고 재구매율이 많이 올라갔다.
어머니와 같이 온 고객도 있었고, 자매끼리 제품을 추천해 주는 경우도 있었다. 이 사업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사업이구나, 싶었다.
제가 질문을 잘 못하는지 생각보다 드라마틱한 에피소드는 없다.
요즘 나오는 비즈니스 콘텐츠 보면 ‘어느 글로벌 기업의 CEO가 고객을 만나서 인사이트를 얻고⋯’, 이런 이야기들을 한다. 그런데 그 CEO가 그 이야기를 왜 했을까 생각해 보면, 그냥 ‘내 생각이 맞았다’는 말을 고객에게서 들은 일화인 거다. 성적표를 바로 받은 거고, 좋은 PR 소재다.
성공 요인, 와우 포인트, 다 후행적인 것 같다. 열심히 살다가 나중에 다 이겨내고 보니까 ‘우리 이거 때문에 잘됐네’ 하는 거 아닌가. 사실 와우 포인트는 없는 것 같고 그냥 항상 힘들었다. 뒤돌아보니까 ‘그게 참 중요했다’ 깨닫는 거지. 목표를 높게 잡고, ‘달성했네, 왜 달성했을까?’ 회고하면서 하나씩 아는 거다.
목표를 달성했네, 돌아본 순간이 언제였나.
목표 매출을 달성했을 때였다.
목표 매출을 정확히 달성해서 신기했다. 작년 목표가 300억이었는데 295억을 찍었다. 올해 목표는 600억이었는데 상반기에 벌써 314억을 찍지 않았나.
매출 80억 찍었던 해 마지막 달에 20억 정도 매출이 나왔다. 여름은 겨울 대비 2배 정도 매출이 높으니까, 다음 한 해 가능한 매출은 360억 수준으로 계산할 수 있다. 봄, 가을에 매출 떨어지는 거 반영해도 우리가 300억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보는 식이었다.
소비재 기업이다 보니 제품을 생산해야 매출을 늘릴 수 있을 텐데, 그 균형은 어떻게 잡는 건가.
매출을 80억에서 300억으로 늘리려면 220억을 더 벌어야 하고, 300억을 벌기 위해 재고가 얼마나 필요하고 원가가 얼마나 드는지 역산해 볼 수 있다. 당기 말 재고자산까지 고려하면 80억에서 300억을 벌 때에는 거의 150억어치 재고를 만들어야 한다.
80억을 버는 회사가 150억어치 제품을 생산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힘들게 자금을 조달해 왔다. 투자금 아니면 차입금인데, 우리는 먼 미래의 가치보다는 당장의 매출과 이익에 강점이 있는 회사라 차입금을 받는 게 유리했다.
왜 무리한 목표를 잡았는가?
소비재 시장에서는 한 브랜드가 성공하면 무수히 많은 카피캣들이 쏟아진다. 우리가 수없는 연구개발과 테스트로 만든 제품을 그대로 카피하는 브랜드들이 생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결국 빠르게 1등 브랜드를 차지해서 고객에게 ‘속옷=베리시’를 각인시켜야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성장 폭을 목표로 삼았다.
처음에 매출 80억 찍고 내년에 300억 한다니까 다들 말도 안 된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 회사는 못 한다고 하면 제가 귀에 피가 나도록 이야기한다. 무조건 해야 한다고. 300억 하고 나서 600억 간다고 하니까 안 된다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
베리시 CX팀 만나 보니까 정말 일을 잘하는 사람들이기는 했다.
제가 회사 리더들에게 ‘상류에서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엄청 한다. CX가 그 성공 사례다. 문의량이 많아져서 상담사의 휴먼 터치가 늘어나는 건 하류에서 막는 거다. 근데 챗봇으로 자동화시켜 놓으면 시간을 벌어서 더 좋은 대응 방법을 고민할 수 있다. 댐을 지을 수 있으면 댐을 지어야 한다.
CX팀 만나 보면 이름은 CX이지만 실제로는 CS 업무에 치여 있는 경우가 많은데 대단하다.
‘CS는 인바운드만 처리하는 부서야’, 그런 걸 제가 되게 싫어했다. 그리고… CX뿐 아니라 우리 회사 전 영역에서의 아젠다는,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해?’다. 속옷 만드는 거, 별일 아닐 수도 있는데 왜 우리는 뭘 해도 더 고감도로 만들어야 하고, 야근도 많은가. 그래도 해내자는 사람들로 모였다. 상품 타협하지 않는다. 안 좋으면 계속 샘플 낸다. CX도 더 자동화하고 고도화한다. 우리는 그런 사람이니까.
그런 사람들을 어떻게 모았나.
초기 멤버로 단단한 사람들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베리시 초기 멤버들은 타협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10번의 샘플링도 감안하고’, ‘말도 안 되는 매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마케팅하고’… 일에 미친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냥 ‘직장’을 구하러 오는 사람은 견디기 힘든 구조가 생겼다. 처음 오는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여기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하는 게 재미있는 사람을 위한 곳이라고. 일이 그냥 돈벌이 수단이라면 괴로울 것이라고.
팀에 대한 애정이 큰데, 베리시가 대표 인터뷰보다 ‘고객사 성공사례 인터뷰’가 많은 것도 그 때문인가.
예를 들어 우리 AI 챗봇 도입하는 데에 저는 한 게 없다. CX 리드인 현지 님이 다 했다. 현지 님한테 ‘나가서 인터뷰하세요. 제 공인 척 하지 말고 다 현지 님이 잘한 거라고 해 주세요.’ 그랬다. 다른 팀도 다 너무 잘한다. 저는 하는 게 없다. 불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할 수 있다’ 하는 역할이다.
대표는 그저 채찍질하는 역할이라는 건가.
팬시함에 빠지지 말자고 생각한다. 기업은 재무제표로 평가받는 거 아닌가. 제 성적표가 안 좋은데 나가서 멋있는 척, 아는 척하는 거 희망하지 않는다.
일 잘하는 사람들이 나가서 진짜 성공사례 발표하는 게 좋다. 베리시 CX 잘한다, 상품 기획 잘한다, 그런 이야기가 저는 훨씬 더 좋다. 저는 그분들이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과 목표를 만들어 주는 사람이다.
(이성은 대표는 이 인터뷰도 내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가 어떤 창업자, 혹은 예비 창업자에게는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인터뷰를 정리했다. 여러분이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이성은 대표가 용기를 내준 것이라고 생각해 주시길 바란다.)
팬시함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스타트업의 팬시함과 위선이 있다고 생각한다. 거기 빠지지 않고 본질에 솔직할 줄 아는 팀이 롱런하는 것 같다. 그 본질이 고객의 욕망과 맞아떨어졌을 때 잘 되는 게 아닐까.
앞서 이야기했던 ‘멋있어 보이지 않는’ 것과 일맥상통하다.
’있어빌리티’의 내면은 뭘까 생각을 많이 한다. ‘여기 참 있어 보이는데 매출 얼마지?’ 하면, 있어빌리티는 높지만 규모가 작은 경우가 많다. 그런 깊고 작은 브랜드 이야기는 저는 참고하면 안 되는 거다.
장인 정신이 있는 사람들은 그런 걸 했을 때 더 행복하지 않나. 저는 장인보다는 상인에 가까운 사람이다 보니까 재미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브랜드와 제품으로 삶이 바뀌는 것이 더 재밌다. 아무리 좋고 깊은 브랜드여도 사람들이 몰라준다면, 일을 하는 재미를 느끼기 어려운 것 같다.
베리시도 결국 ‘브랜드’인데 의외의 말씀이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랜드로서 성공하기를 원한다. 진짜 상인은 남들과 차별화된 방식으로 판매를 하는 것이다. 결국 브랜드의 힘으로 판매가 될 때 ROI가 가장 높다고 생각한다.
나이키의 ‘Just do it’을 동경하는 이유는 신발을 설명하는 것보다 브랜드 캠페인 하나를 하는 것이 효용이 크기 때문이다. 베리시도 브랜딩 시도를 많이 했고, 향후에 ‘베리시여서 샀다’가 실현되기를 희망한다.
‘베리시’는 생각보다 브랜드적인 시도를 많이 했다. 초기 리브랜딩에 월 매출 이상의 비용을 투자하고, 브랜드 전문가 ‘브랜드보이’와 협업해서 브랜드를 정의해가는 과정을 거쳤다. 브랜딩 관련 직군도 경쟁 업체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브랜드가 되는 것이 ROI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젠틀몬스터를 동경하는데, 지속적인 공간 관련 시도로 타 브랜드들이 결코 따라 할 수 없는 차별점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젠틀몬스터는 매출액 대비 광고선전비를 4%만 사용하고 6000억이 넘는 매출을 발생시킨다. 광고선전비 대신 인테리어 관련 자산 취득에 그에 준하는 비용을 사용한다. 공간과 관련된 수많은 시도가 젠틀몬스터의 독보적인 브랜딩과 경제적인 해자를 만들었다.
창업자 중에 분명히 장인에 가까운 사람과 상인에 가까운 사람이 나뉠 것 같다.
그래서 LVMH를 존경한다. 장인의 극단은 상인의 극단을 만난다고 생각한다. 장인들이 만든 100년 된 명품 브랜드들도, 그들이 운영하면 제대로 된 경영이 되지 않는다. 그런 브랜드를 LVMH가 인수한다. 유통망에 넣고, 브랜딩, 마케팅도 하고. 신생 브랜드들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해자를 만들어서 장인들의 권위를 지켜 준다.
LVMH 생태계 안에서 명품 브랜드들이 빛을 발한다. 다른 브랜드들이 넘보지 못하도록 하면서 장인 정신도 보호되는 상호 보완 체계. 그게 아트 사업의 본질인가 싶다. 제 본질은 상인이니까, 그 극단으로 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