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구성원 핵심인재 만드는 샌드박스의 경영 노하우

Kate • Eunji Lim, HQ People Team Lead

3월 11일

  • 비즈 인사이트

“자부하건데 우리 회사에서 사람 때문에 고생하는 직원은 한 명도 없을 거예요.”

얼마 전 샌드박스에서 일하는 지인을 만나 회사 얘기를 꺼내니 이런 말을 했다. ZOYI 말고도 이런 회사가 있다니. 직원 수가 150명이 넘는 샌드박스에서도 이게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줄 안다. ‘회사에 아무도 이상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생각하는 네가 바로 그 이상한 사람이다’라는 불변의 법칙이 있다는 것도 안다. 나도 지인과 대화하며 똑같은 생각과 똑같은 말을 했었다. 그런데 그의 눈빛은 진심이었다.

오 저 눈빛은.. 진심이잖아

샌드박스는 구글코리아 출신 이필성 대표와 ‘초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있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도티’로 활동하는 나희선 이사가 공동 창업한 MCN 기업이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성장을 돕는 회사로,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의 연예기획사라고 이해하면 쉽다.

유튜버 '도티'로 활동하는 샌드박스의 공동창업자 나희선 이사.

이 회사는 엄청난 속도로 성장해 불과 3년 만에 직원 수 150명을 넘겼다. 올해 매출 목표는 500억 원에 달한다. 놀라운 비즈니스 성과에 직원 경영까지 잘 해내는 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

인터뷰 내내 인사이트 넘치는 답변을 쏟아낸 이필성 대표와의 만남 이후로 그 의구심은 깨끗하게 사라졌다.

구글의 문화가 정답이 아니다

샌드박스는 엄청난 속도로 성장한 스타트업인데, 조직문화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것 같더라구요. 대표님께서 기업문화로 유명한 구글 출신이셔서 그런 건가요?

구글와 샌드박스는 업의 본질이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문화를 적용하려고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구글은 개발 활동을 활발하게 지원해 좋은 개발자들을 데리고 올 수 있는 문화를 가진 회사예요. 저희는 크리에이터들이 가장 큰 자산이기 때문에 그들 중심적으로 사고하고,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감수성을 갖는 게 중요하죠.

샌드박스의 빠른 성장과 탄탄한 조직 운영을 동시에 이뤄낸 이필성 대표님

다만 처음부터 어떤 문화를 만들겠다고 생각한 건 없어요. 문화는 후천적인 거라 제가 어떻게 만들겠다! 선언한다고 따라오는 게 아니거든요. 조직에 맞게 문화가 생기는 거지, 절대적으로 우수하거나 우월한 문화도 없다고 생각하고요.

근데 직원이 3년 만에 150명으로 늘어났어요. 샌드박스의 업의 본질에 맞는 사람을 그렇게 빠르게 뽑을 수 있었던 기준이 무엇인가요?

기본은 디지털 콘텐츠를 많이 소비하고 유튜버들을 좋아하는 거예요. 요즘은 이렇지 않은 지원자를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또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다면적 사고능력이에요. 문제가 주어졌을 때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본질적인 이유와 결과까지 고려할 줄 아는 능력이죠. 예를 들어 우리가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하면, 일의 근본적인 목표는 페북이라는 미디어를 통해서 샌드박스를 더 많이 알리고 사람들과 친해지는 거잖아요. 미션을 받았을 때 이렇게 본질을 고민하면 페북을 하는 게 최선일까? 하는 질문까지 나오게 되죠. 단면만 보면 페이지의 좋아요를 늘릴 생각만 해요. 좋아요 100만개가 되었다고 해도 샌드박스를 진짜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수도 있는 거예요.

다면적 사고가 가능한 사람을 알아보기 위해 어떤 질문을 하시나요?

실제 비즈니스 상황을 제시하고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물어보죠. 그리고 이 친구가 문제 해결을 할 때 다면적으로 접근하는지를 살펴봐요.

아무래도 콘텐츠 회사다보니까 아이디어가 핵심이잖아요. 그런데 면접에서 실제 업무에 관한 답을 요구하면 아이디어를 도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불만을 사지 않을까요?

면접에서 질문을 드릴 때 회사의 모든 상황에 대해 상세히 설명을 드릴 수가 없어요. 그래서 질문을 할 때부터 답변해주시는 내용이 회사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못해요. 아무리 뛰어난 분이라도요. 면접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비즈니스에 도입된 적도, 그렇게 해보려는 생각을 한 적도 없어요.

S가 S를 부른다

다면적 사고 능력이라는 기준이 분명해도,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잖아요. 그렇게 빠르게 잘 채용하는 방법이 있나요?

회사가 만들어진 첫 날부터 추천 채용 제도를 시행했어요. 직원들의 추천을 통해 채용이 이뤄지면 100만원의 보너스를 줬죠. S가 S를 부른다는 말이 있잖아요.

슈퍼 인재들이 모인 샌드박스!!!

S가 S를 부른다, 슈퍼 인재가 슈퍼 인재를 끌어들인다는 의미인가요?

네 맞아요. 좋은 조직은 '내 친구도 데려와야겠다!'하는 마음이 생기는 곳이라고 생각하는데, 다면적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문제 해결을 이끌어가는 힘이 있을 뿐만 아니라 좋은 조직도 만들어줘요. 종합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잘해주는 게 결국 내게 좋은 것으로 돌아오는 것도 알고, 능력있는 사람들과 일하는 게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도 알아서 좋은 조직을 원하거든요. 그러니 본인이 같이 일하고 싶은 인재들을 데리고 와 주시더라구요.

샌드박스는 세상에 스크래치를 내는 중

머리로 아는 것과 가슴으로 실천하는 것은 다르잖아요. 업무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본질에 부합하는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는 사실을 알아도 내 몸이 귀찮고 피곤하면 일을 잘 해내기 어렵지 않을까요?

사람이 일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개인의 성장과 성취예요. 의미있는 일을 해낸다는 성취감을 느끼고 그 과정에서 개인이 성장해야 동기부여가 될 수 있죠. 샌드박스는 세상에 스크래치를 내는 일을 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TV에 나오던 방송을 유튜브에서 볼 수 있었다면, 이제는 유튜브에서 TV로 콘텐츠를 공급하잖아요. 기존에 방송국이 갖고 있던 미디어 권력이 디지털 스페이스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샌드박스는 새로운 플레이어로서 의미있는 축이 되고 있죠.

유튜브 채널 도티TV

예전에 유니버셜 뮤직에서 음악 비즈니스를 시작한 사람이 지금 음악 산업의 리더를 맡고 있고, 넥슨에서 병역특례로 바람의 나라를 만들던 개발자들이 지금 게임 업계를 이끌고 있잖아요. 미디어 산업에서 우리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음에 성취감을 느끼는 게 중요해요. 그에 대한 사명을 갖게 하는 게 CEO인 저의 역할이구요.

사명감을 갖게 만드는 노하우가 있나요?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해요. 비즈니스에 관한 의견이나 성과를 공유하는 시간를 자주 가지면서 우리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깨닫게 돕는 거죠.

여러 시도 중 하나는 오픈미팅이에요. 분기에 한 번씩, 전 직원이 참여하는 비즈니스 중심의 미팅이죠. 구성원들도 성장과 성취의 관점에서 비즈니스의 방향성을 잡고 이해도를 높이기를 원해요. 자유롭게 질문을 하시면 저는 비즈니스의 방향을 제시하고, 업계 얘기도 하고, 제가 가진 뷰 등을 설명해드리죠. 모든 구성원이 모여 소통하는 방식은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분기에 한 번, 모든 직원들이 모여 투명하게 경영전략을 나누는 오픈미팅 시간

처음부터 이런 미팅을 했었나요?

네, 규모가 20~30명일 때까지는 오픈미팅을 매주 했는데 사람이 늘어나니 스케줄을 맞추기가 힘들어 지금은 분기별로 진행하고 있어요. 그걸 보완하려고 '샌드박스 다이제스트'라는 제도도 만들었어요 2주에 한 번씩 각 팀의 리더들이 작성한 간략한 업무 브리핑 자료를 전체 직원들이 돌려 보는 거예요.

'샌드박스 트레이닝데이'라고 해서 분기에 한 번씩 반나절 동안 사내에서 강연자를 뽑아 강연을 듣는 시간도 가져요. 'MCN 비즈니스 101', '디자이너의 눈으로 보는 세상', '유튜브 채널 운영의 기초' 등등 다양한 강연이 있었어요. 유튜브 채널 운영을 전부 하시는 건 아니다보니 궁금증을 해결해 드리기도 하고, 사내 교육을 통해 다른 팀의 일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받죠.

와우! 멋지네요 정말! 누가 이런 제도들을 만든 건가요?

인사팀에서 인사교육 차원에서 만든 거예요. 직원 수가 70명을 넘으니까 아무리 주체적인 분들이 리더십을 가지고 일을 해도 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되겠더라구요. 그때부터 인사팀을 갖추기 시작했고 지금은 세 분이 일하고 계세요.

신뢰하기 위해 더 투명하게 일합니다

오픈미팅처럼 직원 전체가 주체적으로 비즈니스에 대해 고민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건 직원에 대한 신뢰도가 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실무적으로 일을 맡은 친구가 저보다 더 오래 고민했을테니까, 그분들의 생각이 맞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판단이 어려운 경우에는 저에게 물어보시기도 하는데요, 그때 의미있는 판단을 내려주는 것도 중요하죠. 그런 경험을 가져야 결정적인 고민의 순간에 더 질문하고 요청하게 될테니까요. 물어봤을 때 딱히 도움이 안 되면 사후보고 해야지, 이렇게 되어버리는 거예요.

샌드박스의 직원들은 회사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받고 대표 못지않은 인사이트로 업무에 임한다.

그래도 갑자기 사람이 많아지면서 업무나 권한을 위임하는 일도 많았을텐데, 불안하지는 않으셨어요? 직원들은 주어진 일에 몰두하느라 대표님이 생각하는 큰 그림을 보지 못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더욱 투명성이 중요해요. 모든 구성원들이 대표 못지않게 넓게 보고 통찰을 가질 수 있도록 비즈니스적인 소통을 해야 하죠. 전반적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좋은 판단을 내릴 수가 없으니 서로의 지식 수준을 맞춰 Same Page에 있도록 노력하는 거예요.

너무 정보가 많이 공개되면 문제는 없나요?

몰라도 되는 것까지 알게 되니까 불필요한 갈등이 생기기도 해요. 과도하게 간섭하는 사람도 생기고요. 그렇지만 단편적인 업무 진행으로 다른 일에 영향력을 미치는 걸 고려하지 못했을 때 생기는 리스크를 무시하거나 다른 팀의 자원이나 능력을 사용했을 때 생기는 시너지를 사용하지 못하는 게 더 손해예요. 투명성은 회사를 창립한 이래 계속 고민한 주제예요. 그게 커뮤니케이션 방식, 사용하는 툴, 정보 정리 방법, 회의나 보고 방식 등을 결정하게 되었구요.

수평적 문화, 인간성에 반한다?

정보가 전부 공개되고, 각자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문화라니. 굉장히 수평적인 것 같아요.

빠르게 성장하는 유연한 스타트업에서는 수평적인 문화를 선호할 수밖에 없어요. 수직적인 계층에서는 수직 사이에 새로운 사람을 끼워넣을 때 갈등이 생길 수 있는데, 수평적인 구조에서는 인재를 수혈할 때 그런 문제가 없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대내외적으로 엄청 수평적이면서 은근 수직적이라는 평가를 많이 받아요. 저희는 계층 관계가 뚜렷한 편이거든요. 완전히 수평성을 지향하는 문화는 오히려 인간성에 반한다고 생각해요.

업무는 수평적으로, 권한과 책임은 수직적으로! 샌드박스가 조직과 개인을 모두 성장시키는 비법중 하나다.

왜 수평적인 문화가 인간성에 반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회사 안에서는 '~님' 하더라도 자신이 가진 타이틀을 통해 자아정체성을 만들기도 하잖아요. 승진을 하면서 얻는 성취감도 중요하구요. 그걸 너무 무시하는 것도 비인간적이죠. 대표는 어디가서 대표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일은 C레벨 급으로 하는데 밖에 나가면 만년 매니저 소리만 듣는 게 과연 더 인간적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요. 일하는 방식은 수평적으로 모두의 의견을 존중하되, 성장함에 따라 그에 맞는 타이틀을 부여하는 작업도 이뤄져야 한다고 봐요. 처음 말씀드린대로 무조건 '구글처럼', '넷플릭스처럼'을 외치는 것보다 각 조직에 맞는 문화를 찾아나가야 하죠.

업무적으로 계층 구조가 있는 게 유용할 때도 있나요?

인사 평가를 할 때 상급자를 구분하는 게 필요해요. 저희는 처음부터 인사 평가를 시행했어요. 처음에는 제가 다 하다가, 인사팀이 생기면서 체계적으로 평가제도를 운영하고 있죠.

평가는 어떻게 이뤄지나요?

창의력, 협력, 실천력 등 지표를 만들었어요. 정성적 기준이지만 객관적인 판단을 위해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평가하죠. 점수는 기대 수준에 따라 구분해요. 예를 들어 2년차 파트너십 매니저니까 기대 수준은 어느 정도고, 항목별 평가 내용을 합산해서 기대 이상/기대 맞춤/기대 못미침 중 하나로 결과를 내는 거죠. 피드백은 1년에 한 번씩 전달이 되구요.

한국의 디즈니가 될 겁니다

앞으로는 어떤 회사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계신가요?

엔터테인먼트 회사다 보니까 비즈니스보다는 조직적인 측면에서 사람들이 동경하는 회사, 그리고 들어왔을 때 실망하지 않는 회사가 되고 싶어요. 저희의 일은 대중을 향하기 때문에 대중에게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데, 일을 하는 것 이상으로 생겨난 명성은 동경이 될 수도 악명이 될 수도 있죠. 저희는 그 명성을 동경으로 쌓아가고 싶어요.

☆한국의 디즈니가 될 샌드박스☆

디즈니같은 곳을 떠올리면 가고 싶고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저희도 사람들이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동경심을 갖고 모이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또 콘텐츠 회사는 비즈니스 속성 자체가 수익성이 떨어지다 보니 구성원들에게 돌아가는 보상이 빈약할 수도 있는데요, 샌드박스는 재정적으로도 튼튼한 회사를 만들어 동경을 갖고 들어온 분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거예요.

인터뷰를 마치며

인터뷰가 아니라 한 편의 인사경영 강연을 듣고 온 듯한 시간이었다. 샌드박스의 비즈니스도, 조직문화도 모두 성공한 이유가 분명하게 보였다.

동경심을 갖고 들어온 직원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이필성 대표님,

그가 직원들을 신뢰하는 것처럼 직원들 또한 그의 말을 믿어도 좋을 것 같다.

사이트에 무료로 채널톡을 붙이세요.

써보면서 이해하는게 가장 빠릅니다

회사 이메일을 입력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