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폴리오 2막, 감도를 팔던 브랜드가 선택한 확장의 방식

스테이폴리오 장인성 대표 인터뷰

Tena • Hyeri Jo, Editor

  • 비즈 인사이트

[미리보기]

  • part ① ⋯ 스테이폴리오, 전환기를 맞다

  • part ② ⋯ 그건 브랜드의 표피에 불과하다

  • part ③ ⋯ 여행은 북마크에서 시작된다

  • part ④ ⋯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할 수 있는 경험

  • part ⑤ ⋯ SNS를 하지 않는 고객에게 닿는 방법

  • part ⑥ ⋯ 고객 만족이 되지 않는데 성장한다는 건 사기다

[말한 사람과 묻고 쓴 사람]

  • 말한 사람: 스테이폴리오 장인성 대표. 건축을 사랑했던 브랜딩 전문가다.

  • 묻고 쓴 사람: 채널톡 조혜리 에디터: 스타트업을 취재하다 스타트업에 왔다.

1. 스테이폴리오, 전환기를 맞다

‘안목 산업’이라는 말이 있다. 더 예쁘거나, 더 맛있거나, 더 향기롭거나, 더 분위기 있거나… 가격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가치로 소비가 결정되는 분야다. 구글 검색창에 쳐 본다고 나오는 용어는 아니다. 스테이폴리오 장인성 대표와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만 통용되는 일종의 조어이니까. 하지만 감도 높은 ‘파인 스테이’를 소개하는 숙박 플랫폼 ‘스테이폴리오’를 설명하기에는 더없이 적절한 표현이다.

문제는 안목 산업의 고객층이 좁고 깊다는 거다. 그래서 안목 산업에서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기업들은 언제나 시장성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보통 ‘돈 되는 것’에 눈 밝은 상인이라기보다는 아름답고 좋은 것을 가려내는 감각이 탁월한 장인인 경우가 태반이다. 그렇다면 장인의 비즈니스는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 총 110억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스타트업 성장의 문법을 따르기 시작한 스테이폴리오도 그 질문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그런 맥락에서, 스테이폴리오의 최근 상황은 흥미롭다. 2024년 김봉진 의장의 ‘그란데클립’에 인수되면서 브랜딩 전문가 장인성 대표가 새로이 키를 잡았다. 창업자였던 이상묵 전 대표가 스테이폴리오의 정체성과 감도를 탄탄하게 쌓아올려 지금의 브랜드를 만들었다면, 장인성 대표는 그 브랜드를 지키면서도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강점을 가진 인물이다. 어찌 보면 절묘한 타이밍에 이루어진 바톤 터치인 셈.

과연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는 장본인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장인성 대표를 만나 스테이폴리오 대표직을 수락한 이유, 최근 1년간 해왔던 일과 앞으로의 계획까지를 물었다.

(이 콘텐츠는 2025년 6월 발행된 채널톡 유튜브 '스몰톡라운지' 인터뷰와 사전 미팅 내용 등을 한데 엮은 내용이다.)

2. 그건 브랜드의 표피에 불과하다

원래 배달의민족 CBO로 유명한데, 어쩌다 대표까지 하게 됐나.

어느 순간, 배달의민족 일을 쉬고 다음 행보를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워낙 스스로 성장하고 변화하고 발전하지 않는 걸 못 견딘다. 충분히 쉬면서 고민을 해 보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그런 시간을 길게 보내지는 못하고 봉진님께 '스테이폴리오 대표 한번 해볼래요?'라는 제안을 받았다. 듣자마자 ‘이건 해야겠다’ 싶었다.

어떤 점이 와닿았나.

어릴 때부터 건축을 좋아했다.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건축학과 친구들을 보면서 '나도 저기 갔어야 했는데 왜 이러고 있지' 생각할 정도였다. 좋아하는 건축가들도 있고, 공간 꾸미는 것도 좋아한다. 그런데 스테이폴리오는 건축에 서비스 제공업, IT 플랫폼이 엮여 있는 사업이다. 건축의 속성에 더해서, 사용자의 경험을 설계하고, 어떤 제안을 했을 때 사용자가 만족할지 고민하고 실현하는 일인데, 그걸 맡아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신났다. 다른 사람이 하면 너무 아까울 것 같았다.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건축가였던 창업자가 잘 했던 일이 있고, 마케터인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했다. 서로 차이가 선명한 캐릭터니까 조금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괜찮았다.

마케터로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브랜딩, 마케팅이라는 게 결국 사용자의 마음을 상상하는 게 가장 중요한 역량이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공간이 펼쳐지면서 사용자에게 주는 인상, 공간의 생김새가 유도하는 사용자의 행동, 이런 것들이 마케팅의 원리와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그간 마케팅을 하며 쌓았던 경험이 지금도 고스란히 활용되고 있다.

오랜 시간 브랜드 마케터로 살아오다 한 회사를 경영하는 입장으로 바뀌었다는 것도 큰 변화다.

사실 스테이폴리오 대표가 되고 나니까 오히려 브랜딩 캠페인이라든가, 슬로건이라든가, 비주얼이라든가, 이런 데에는 신경이 덜 쓰였다. 그건 브랜드의 표피에 불과하다. 브랜딩이란 그 브랜드가 무엇을 하고, 어떤 가치를 제시하고, 고객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어떤 사업을 할 것인가, 누구에게 어떤 가치를 전해줄 수 있나, 그 가치를 정말 주고 있나. 이런 것들을 고민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무엇이었나.

스테이폴리오에 와서 처음으로 한 일이 서비스 UI 개선이다. 우리가 좋은 여행 경험을 제공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정말 여행 경험이 좋은 걸까 의문이 있었다. 그전에 만들어 보았던 서비스들을 보다가 스테이폴리오를 보니까 상대적으로 불편해 보였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UI라기보다는 ‘PC 매거진’에 가까웠다. 원래 그렇게 시작한 서비스이기도 하다. ‘모바일 뷰가 있는 PC 매거진’을 ‘모바일 쇼핑몰’로 바꾸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그게 저에게는 브랜딩이었다.

3. 여행은 북마크에서 시작된다

어찌 보면 첫 프로젝트가 소박하다.

여행의 시작이라는 게 자동차에 시동을 거는 순간이 아니다. '어디 가볼까?' 하고 손가락을 스마트폰 액정이나 컴퓨터 키보드에 대는 순간이 여행의 시작이다. 내가 어디 갈까 탐색하고, 가고 싶은 열망이 생기고, 나중에 가보려고 북마크를 하고, 친구들에게 링크를 공유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모든 과정이 여행 경험이다. 이 탐색 과정을 내버려 두고 숙소 체크인 이후부터 관리한다면 반쪽짜리 경험에 불과하다.

UI를 개편하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탐색 과정에서 이탈을 줄이고 최종적으로는 결제율을 높이기 위해 많은 디테일을 바꾸었다. 스테이폴리오를 작년(2024년)에 써 보고 올해(2025년)에 안 써본 분이 있다면 깜짝 놀랄 거다.

이번 UI 개편에서 개인적으로 좋았던 변화는 북마크의 위치다. 이전에는 북마크가 메뉴 밑에 숨겨져 있었는데, 이제 맨앞 페이지로 꺼내 놨다. 지금은 앱을 열면 오른쪽 밑에 북마크가 달려 있다. 그러니까 사용자들이 북마크 체크하는 횟수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우리 서비스는 배달 음식과 전혀 다르다. 예를 들어 지금 짬뽕을 먹고 싶은 사람에게 먹음직스러운 짬뽕을 보여주면 당장 결제가 일어난다. 그런데 여행은 어떤 여행지를 아주 매력적으로 보여준다고 해도 당장 결제가 늘어나지는 않는다. 휴가도 내야 하고, 그전에 회사나 동행자와 상의도 해야 하니까. 그래서 매력적인 여행지를 발견했을 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은 북마크를 하는 거다. ‘나중에 여기 가봐야지.’ 이 행동을 유도해야 하는데 그전에는 그걸 핵심 유도 행동으로 보고 있지 않았다.

결국 핵심 목표부터 정의한 셈이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 결제 유도가 아니라 북마크 유도라고 정의했다. 결국 북마크라는 1단계 목표가 달성돼야 그 다음 행동인 2단계 목표의 달성율도 올라간다.

북마크 횟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여기에 가 보세요’가 아니라, ‘그러니까 여기 북마크하세요’라는 메시지로 광고를 보여줘야 한다. 그렇게 사용자가 북마크를 하면, 해당 스테이와 관련된 메시지가 전송되도록 하는 거다.

예를 들어 이번에 진행했던 ‘베스트 스테이 50’ 캠페인을 통해 북마크를 하게 된 사용자들이 많다. 특히 포도호텔이 인기가 좋았다. 그러면 포도호텔을 북마크해둔 사용자에게 '다음 달 며칠에 가수 누구누구를 모셔서 하는 행사가 있습니다' 이런 메세지를 보내는 거다.

포도호텔과 상관없는 사람이 받으면 스팸 메시지다. 그런데 언젠가 포도호텔에 가고 싶어서 북마크를 해둔 사람에게는 유용한 정보다. 이 유용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면 고객도, 숙박 제공자도, 우리도 좋다. 북마크를 통해 이런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점이 이번 UI 개편에서 좋았던 점 중 하나다.

핵심을 잘 풀어낸 것 같다. 그런 결정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졌나.

평소에 서비스를 쓰면서 많이 투덜거린다. '이건 여기에 달았어야지', '이건 다음 페이지에 나와야지', '이건 늘 보여아지'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한다. 숨쉬듯 서비스의 불편한 점을 관찰하는 편이다.

그래도 직접 만드는 입장이 되면 객관화하기가 어려운 거 같다. 객관화를 하기 위한 노력이 있는지.

마케팅, 브랜딩을 하면서 사용자 입장에서 서비스가 어떻게 보일지 시뮬레이션하는 훈련이 많이 됐다. 잘 안 된다면 우리 서비스를 경쟁사 서비스라고 생각하면서 보면 된다. 그러면 아주 멋져 보이던 것도 평범해 보인다.

몰입했다가, 빠져나와서 반대편에서 보기도 했다가, 그 두 가지를 왔다갔다 해봐야 한다. 사실 사람들은 매일 소비를 한다. 그 소비자로서의 경험들을 훈련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반대편 자리에 자주 앉아보는 경험이 도움이 된다.

결국 내가 만드는 서비스와 비슷한 서비스를 많이 써보아야 한다는 이야기일까.

비슷하지 않은 서비스도 많이 써 보면 좋다. 완전히 다른 산업군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가 더 많다.

예시를 든다면.

최근에 10주년 기념으로 진행했던 ‘베스트 스테이 50’ 캠페인의 경우에도 요식업에서 하는 '베스트 레스토랑 50'을 참고한 거였다. 소비자로서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다 보니 관심 있게 봤던 캠페인인데, 내가 활용하게 될 줄은 몰랐다.

4. 눈을 반짝이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경험

‘베스트 스테이 50’ 캠페인은 ‘안목 있는 여행자 50인’이 가장 좋았던 스테이를 꼽는 캠페인이다. 역시 브랜딩 전문가의 기획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하게 됐나.

메타의 서은아 상무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다녀오신 곳 중 어디가 가장 좋았냐'하고 여쭤보니 갑자기 '지평집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요'라며 눈을 반짝거리면서 말씀하셨다. 이야기를 듣는데 나도 지평집에 가고 싶었다. 바로 예약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 순간 '이걸 누가 찍고 있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은아 상무님 같은 사람 50명의 이야기를 인터뷰로 만들어 보면 재밌을 것 같았다. 이런 식으로 오래전에 경험했던 여러 일들과 지금 받고 있는 자극들, 이런 것들이 결합될 때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 같다.

안목 있는 여행자 50인을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이었나.

스테이폴리오의 소비자가 될 만한 사람들은 ‘안목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거든 저거든 어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차이를 분명하게 구별하는 사람들이 있다. 스테이폴리오에서 소개하는 숙소들을 보고 '깨끗한 데에서 편하게 자기만 하면 되지 큰 차이가 있어?'라고 묻는 질문에 '차이가 있지'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이 우리의 고객들이다.

그 고객들이 '팔로우'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았다. 우리끼리는 '안목 산업'이라고 부르는데, 건축, 가구, 디자인 등 좀더 아름답고 좋은 물건, 혹은 좋은 서비스를 통해 가치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을 화자로 모셨다. 그런 사람들은 실제로도 스테이폴리오를 쓴다. 딱히 스테이폴리오의 숙소 중에서 골라 달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그들이 언급하는 숙소의 대부분은 스테이폴리오에 있었다.

사람들이 모르고 있던 스테이폴리오 숙소를 소개하는 효과도 있었을 것 같다.

‘스테이폴리오는 서촌 한옥 몇 개, 제주도 돌집 몇 개 서비스하는 거 아니야? 나는 이제 그런 비슷한 거 다 가봤어.’ 이런 생각을 바꾸어 주고 싶었다.

그런 인식이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나.

스테이폴리오를 맡게 됐을 때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스테이폴리오 나도 좋아한다. 그런데 점점 비슷해지는 것 같고, 이제 충분히 많이 다녀봤다는 느낌이 든다. 예약도 이제 잘 안 된다.’

그런데 대부분 코로나 시국 때 이야기다. 그때는 사람들이 해외 여행을 못 가니까, 경험할 수 있는 최대치가 스테이폴리오였다. 스테이폴리오가 서비스하는 숙소가 많지도 않을 때인데, 그때 적은 수의 스테이를 다녀온 사람들이 그 경험에 멈춰 있는 경우가 많다. ‘이미 충분히 다녀왔고, 더 궁금하지 않다’.

그런데 스테이폴리오를 알고 좋아하던 사람들마저 그렇게 생각한다면 가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는 코로나 시국 이후에 스테이폴리오에 몇백 개의 새로운 스테이들이 생겼다. 이 사실을 예전 고객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 이게 스테이폴리오 입사 이후 1년간 안고 살았던 문제의식이었다.

이 생각을 평소에 안고 있으니까 서은아 상무님과 대화했을 때 바로 아이디어가 연결됐다. ‘베스트 스테이 50’ 캠페인을 하면 이제 스테이폴리오에 한옥 말고도 여러 종류의 스테이가 있다는 걸 충분히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5. SNS를 하지 않는 고객에게 닿는 방법

‘베스트 스테이 50’ 캠페인은 10주년 기념 캠페인이기도 하다. 스테이폴리오가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것도 알리고 싶었다. 사람들은 안정적이고 믿을만한 서비스를 원한다.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스타트업... 좋긴 한데, 지금은 2025년이다. 신뢰가 가고 안정된 서비스, 대기업만큼 잘하는 서비스를 원한다. 스타트업이니까 좀 못해도 되지, 이제 이런 여론은 없다. 우리도 좀더 원숙하고 완성도 있는 서비스를 추구해야 한다. 신생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걸 알리기 위해 또 준비하고 있는 게 있는지.

매거진도 나올 거다. 매거진이라고 이야기는 했지만 사실 카탈로그다. 스테이폴리오가 차별화되는 면 중 하나가 스테이 이야기를 감도 높게 잘 다룬다는 점이다. 각 집의 역사, 호스트의 취지, 특징 등을 모두 담고 있다. 10년간 스테이 이야기를 해오다 보니까 콘텐츠가 엄청 쌓였다. 인쇄하기만 하면 되는 거다.

꼭 인쇄를 하기로 했던 이유는.

닿고 싶은 고객에게 충분히 닿고 있지 못하다고 느꼈다. 온라인으로는 어느 정도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높은 안목을 갖고 있고, 자기 일에 충실한 사람 중에는 온라인 활동을 잘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현실의 삶이 충분히 만족스러워서 거기에 몰입해 있는 사람들은 SNS를 잘 안 하기도 한다. 그들에게 닿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매거진을 찍어서 전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생각해 보면 VIP를 만나는 방법은 카탈로그인 경우가 많다. VIP를 직접 만났을 때 '스테이폴리오라는 앱을 하고 있는데 다운로드해 보라'고 하면 귀찮으니까 받을 리가 없다. 대신 책을 꺼내서 건네줄 수 있다면 설명이 훨씬 빠르다. 다만 카탈로그는 대놓고 무언가 원하는 게 있는 느낌이니까, 매거진 같은 카탈로그를 만들었다.

서점에서도 팔 예정인가.

처음에는 서점에도 깔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 그런데 파는 책을 만들려면 들어가야 하는 사진이나 내용 등 쓸 수 있는 콘텐츠가 더 작아지게 된다. 팔지 않는 책과 파는 책에 담을 수 있는 내용이 다르다. 파는 건 포기하고, 하고 싶은 거 다 넣어서 만들고 싶은 책 만들기로 했다.

6. 고객 만족이 되지 않는데 성장한다는 건 사기다

처음으로 한 기업의 대표를 맡았으니 조금 다른 이야기도 묻고 싶은데, 경영을 하다 보면 사업의 건전성과 수익성도 무시할 수 없다.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아니라 1번이다. 회사는 필연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성장하지 않으면 구성원들이 성장하기 어려워진다. 성장을 해야 그 다음의 더 멋진 일들을 도모할 수 있다. 회사가 성장하고,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경험하는 소비자가 성장해야 한다. 소비자들도 이 서비스를 통해 더 나아지지 못한다면 우리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이용할 이유가 없어진다. 마치 두 발 자전거처럼,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숙명이다.

성장하기 위해 바꾼 것이 있다면.

10년간 스테이폴리오를 만들어 오던 관성이 있었다. 사실 그런 감각을 고집스럽게 추구해 왔기 때문에 스테이폴리오가 남다르게 멋있는 서비스라는 느낌이 있는 거다. 그 감각이 동시에 다른 면에서는 관성이 될 수도 있는 거고. 나는 외부에서 왔고, 마케터로 오랫동안 일한 사람이다 보니 해야 할 일이 많이 보였다. 그걸 하기 위해 필요한 인재들을 채용했고, 회사가 조금 더 활기 있어지고 목표지향적으로 움직이게 됐다고 생각한다.

관성을 이겨내기 위해 했던 게 있다면.

회의에서 말을 많이 했다. 일은 설득을 통해서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통보하거나 명령하면 손끝에서만 움직인다. 그런데 설득을 하면 마음이 움직인다. 마음이 움직여서 하는 일은 다르다. 명령받은 일을 하면 재미없지 않나. '일이 재밌어? 그런 게 어딨나?' 이런 의문이 드는 사람들은 지금 하는 일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일은 충분히 재미있는 거다.

채용의 기준이 있다면.

남다를 것 같지는 않다. 일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월급 받은 만큼 해야지’라고 생각하면서 일 잘하기 어려운 것 같고, 일에 몰입하는 것 자체를 되게 좋아한다. 노는 것보다 일하는 게 재밌지 않나?

물론 일 중에 재미없는 것도 많다. 그런데 그냥, ‘일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 자체가 너무 재미있다는 뜻이다. 몇 달 어설프게 쉬어 봤는데, 일하면서 얻는 재미가 없으니까 사람이 무기력하고 허하게 되더라.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회사와 구성원, 고객의 성장이 한데 맞물려서 일어나는 구조가 상상된다.

고객 만족이 되지 않는데 회사만 확장한다는 건 뭔가 사기가 있는 거다. 고객을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서비스가 성장하고, 그러면서 회사와 구성원도 성장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마치 커지는 풍선에서 무늬가 같이 커지는 것처럼, 커지는 회사에서 구성원도 함께 성장한다. 사실 성장이야말로 개인이 회사를 통해 이룰 수 있는 최고의 가치다.

그렇다면 스테이폴리오가 고객에게 주는 가치는 무엇이라고 정의하고 있는지.

우리 서비스는 제일 저렴한 제품을 제공하는 게 목표가 아니다. 나는 여행에 '탐험하는 여행'과 '휴식하는 여행'이 구별된다고 보는데, 똑같은 여행이라도 도쿄 시부야 호텔에 예약하는 여행과 료칸에 체크인해서 체크아웃 할 때까지 안 나오는 여행은 아주 다르다. 료칸으로 떠난다는 건 외부의 복잡한 것들과 엮이지 않고 함께 가는 사람들과의 느리고 비일상적인 자극, 그 장소가 주는 환대와 정성을 통해 경험을 확장한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이런 여행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들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방향은.

조만간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볼 만한 멋진 공간들을 골라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오픈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굳이 상품을 구별하면서 더 나은 것을 찾고, 그 경험 속에서 스스로의 성장을 도모하는 ‘안목 있는 고객’들의 여행 경험을 혁신한다는 목표는 변하지 않는다. 그들의 만족을 중심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좁고 깊고 강하게 만들어 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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