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te • Eunji Lim, HQ People Team Lead
"중학생 아이가 있는데요, 다음 달에 수확될 박태우 농부님의 메론을 기다리고 있어요." - 농사펀드 단골 고객님
최애 가수의 앨범을 기다리는 팬처럼 다음 날도 아니고 다음 달에 수확되는 과일을 기다린다니... 농사펀드는 대체 어떤 마력을 지닌 곳인 걸까요?
아마 도시에 사는 분이라면 로켓배송, 새벽배송을 한 번 쯤은 이용해보신 적 있을텐데요. 오늘 소개할 농사펀드는 시대를 역행하는(!) 농산물 쇼핑몰입니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농산물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농사펀드'의 박종범입니다.
농사펀드는 '농산물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으로, 미리 주문 받은 돈으로 농사를 짓고 수확 시기가 되면 농산물을 산지에서 직송해줘요.
펀딩이라고 하셨는데, 그럼 오늘 주문하면 1년 뒤에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건가요?
하하. 아뇨, 만약 메론이 5월에 출하된다면 2~3개월 전부터 사전예약을 할 수 있는 식이죠. 지금이 제철인 농산물은 바로 주문해서, 농가에서 직송으로 받아서 드실 수 있고요.
얼마 전에 페이스북에서 글을 보니까, 광고를 안 하고도 꾸준히 성장중이시더라구요.
단골 고객분들 덕분이에요. 한 달에 한 번 이상 주문하는 단골이 600명 정도예요. 일년에 65번, 더 많게는 80번 재구매한 고객들도 계시고요.
요즘은 밤 11시에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7시에 문앞에 오는 시대잖아요. 농사펀드는 수확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도 단골이 생기는 비결이 뭔가요?
가장 중요한 건 품질이에요. 일반 유통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크기, 모양 기준으로는 떨어질 수 있지만 고유의 맛, 향, 질감은 최고거든요.
한 분은 농사펀드에서만 양파를 주문해 드시는데요, 양파의 크기가 평균적으로 작고 들쑥날쑥한 모양이거든요. 근데 정말 단단하고 맛있어요.
시중에 파는 양파는 수확 전에 크기를 키우기 위해서 물을 빨아들이게 만드는데, 저희 농부님은 수확 직전에 일부러 물을 끊어요. 양파가 땅의 영양소를 그대로 흡수해 본연의 맛이 살아나게 만들기 위해서죠.
이런 농산물을 한 번 맛보면 다른 곳을 못 가시는 거예요.
상품이 좋으면, 신규고객의 유입을 늘려서 훨씬 많이 성장할 수 있지 않나요?
작년 한 해 망하지 않게 먹여 살려준 농부님들, 회원분들에게 뭘 해줘야하지? 어떻게 해줄까? 하는 고민이 가장 커요.
엄청난 성장을 원하지는 않아요. 지금 계신 분들과 복작복작한 분위기의 농사펀드를 만들고 싶어요
수확량도 한정적이라 제철에 조금 나오는데, 단골 분들이 그걸 놓치시면 미안하더라구요.
단골 분들 덕분에 작년 한 해를 버티셨군요.
맞아요. 단골 분들은 로열티가 정말 강하세요. 여러 타깃에 따라 마케팅 실험을 해봤거든요.
카** 메신저에 저희를 친구 추가 해놓은 분들에게 고객 구분 없이 전체 광고를 발송했을 때는 전환율이 1% 정도밖에 안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채널톡으로 단골 고객분들에게만 문자, 메일을 보냈을 때는 구매 전환율이 40%가 나왔어요. 다들 저희 제품을 기다리고 계셨던 것 같아서 감사하죠.
사이트 구매전환율도 8~10%라고 하셨어요. 평균보다 8배 이상 높은 수치예요.
기본적으로 광고가 아니라 추천을 받았거나 구매를 하려고 들어오시는 분들이 많다 보니까 전환율이 높은 것 같아요.
고객 입장에서 고민하면서 경험을 설계하는 것도 중요해요. 요즘은 제철 카테고리를 누른 사람에게 지금 바로 주문해서 받아볼 수 있는 상품을 띄워주거든요.
저 같아도 '제철'을 눌렀을 때 뭐가 있는지 알려주면 클릭해 볼 것 같다고 생각이 되어서 만들었던 건데 성과가 좋았어요. 고구마를 보고 계신 분에게 김치를 보여드리기도 해요.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랑 라면을 같이 파는 거랑 비슷한 원리인 것 같아요.
이미 농사펀드를 아는 분들과의 소통 경험을 정말 잘 만드시는 것 같아요.
마케팅이든 뭐든 고객을 사랑하는 게 답인 것 같아요. 모르는 사람을 사랑할 수는 없잖아요. 외부의 사람을 안으로 끌어들이는 데 쓰는 비용을 차라리 기존 고객들에게 돌려주자고 마음을 먹었어요. 지금 사이즈에서는 우리를 아는 사람들에게 집중하는 게 더 좋은 방법이죠.
수많은 단골의 신뢰를 얻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나요?
농사펀드를 만든 지 6년 정도가 되었어요. 오랜 기간 적자였죠.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농부님들을 보면서 사업을 지속했어요.
충남 홍성으로 귀농하신 분이 계셨는데요, 1,000만 원 정도 예약판매가 되었거든요. 그분이 수확이 끝나고 나서 '사실 올해 농사 포기하려고 했다. 올해까지 해보고 마트 알바나 계약직을 하려고 했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때 펀딩, 주문하면서 응원 한 마디를 쓰게 했거든요. 정산하면서 다 다운받아서 300~400개 정도를 농부님께 보내드렸는데 전부 다 읽어보시고는 계속 농사를 짓겠다고 결심하신 거예요.
그때 '우리가 하는 일이 틀리지 않았구나'하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은 간편하게, 요리도 잘 해먹지 않는 시대인데 농부 이야기가 너무 시대에 뒤쳐진 건 아닌가? 했는데 의미가 있는 일이라는 걸 깨닫고 큰 위안이 되었죠.
농사펀드는 농부님들에게도 힘이 되는 쇼핑몰이군요.
좋은 먹거리를 재배하는 소농을 위해서 만들어졌거든요.
10년 전부터 농촌기획자라는 일을 했어요. 농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도시를 연결해주는 작업이었죠. 처음에는 내가 더 잘났고 똑똑하니까 도와드려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저의 사고로는 상상할 수 없는 판단을 하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자식을 기르는 마음으로 농사를 지으시죠. 재배과정을 보면 존경심이 생겨요. 현장에 가보면 그런 분들이 너무 많아요.
문제는 그런 분들이 대부분 소농이니까 물량이 적어 어디 가서 제 값받고 팔기가 어려운 거예요. 또 그 해 농사의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빚을 내어서 재배를 하시기도 하거든요. 이런 분들에게 활로를 찾아드리고 싶어서 농사펀드를 만들게 되었죠.
이런 점들이 농사펀드의 고객 분들에게도 잘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고객분들도 농부님들을 아셔서 더 애착을 가지시는 것 같아요. 농산물을 구매할 때 '어떻게 키웠을까?, 친환경이 맞을까?' 고민하잖아요. 저희는 그런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정보를 충분히 드려요.
오히려 제가 고객분들게 배우는 점도 많아요. 저희가 두유도 판매하는데요, 어떤 고객께서 '팩에 붙어있는 빨대 없이 제작해 주실 수 있나요?' 하시더라구요 멋진 생각에 감동도 받았고, 서로에게 좋은 마음이 오가는 관계에 기뻤어요.
마지막으로 대표님처럼 5인 이하의 규모로 비즈니스를 하는 분들께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처음에는 비용을 안 쓰는 게 먼저예요. 기본적으로 필요한 기능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죠. 새는 비용을 줄이면 매월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이 줄어들어요. 그러면서 여유가 생기고, 적은 비용으로 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죠.
자, 농사펀드 이야기 어떠셨나요~?
신규고객 유입보다, 작년 한 해 망하지 않게 먹여 살려준 농부님들, 회원분들에게 뭘 해줘야하지? 어떻게 해줄까? 하는 고민이 훨씬 중요하다고 믿는 건강한 기업, '농사펀드'의 활약을 앞으로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