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XC2020] 농사펀드 박종범 대표 - 고집스럽게 지켜낸 퀄리티로 진짜 고객을 만나다

Kate • Eunji Lim, HQ People Team Lead

  • 비즈 인사이트

[CXC2020]고군분투 - 비전있는 사업가 편 중 농사펀드 박종범 대표의 인터뷰입니다. 지속가능한 농업 구조를 만든다는 비전으로 코로나를 극복한 스토리를 보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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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펀드는 농산물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입니다. 농산물을 재배하기 전에 펀딩을 받아 소작농이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돕는 구조죠. 자신이 만났던 특별한 농부들의 이야기를 도시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어 농사펀드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았어요. 창업한 지 6년 째 되던 해, 직원이 11명이나 되었지만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죠. 어쩔수 없이 규모를 줄여야 했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규모 3명의 작은 조직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새벽배송의 시대입니다. 밤 11시에 주문하면 새벽 7시에 현관 앞에 과일이 배달되는 세상이에요. 농사펀드는 농산물을 받을 때까지 길면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하죠. 그런데 코로나의 타격을 받은 와중에도 매월 30%씩 꾸준히 성장했습니다. 흑자 전환에 연초에 세운 매출도 초과 달성했어요.

반전 성장의 힌트는 10년 간의 지난한 여정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고집스럽게 지켜낸 퀄리티

코로나로 힘든 한 해였어요. 올해를 어떻게 보내셨나요?

올해 100개로 상품 수를 늘리는 게 목표였어요. 직접 농가를 찾아 다녀야 하는데 제약이 생겨 70% 정도밖에 달성을 못했어요. 또 급식에 들어가기로 한 농산물도 납품하지 못했죠.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목표치를 달성했어요. 기존 고객분들 덕분이에요. 학교 급식에 납품하지 못한 소식을 듣고는 자발적으로 맘카페 같은 데 올려주셨거든요. 그때 신규 유입이 늘어났어요. 제가 마케팅을 모르고 못해서 광고비를 따로 쓰지도 않는데요, 기존 고객분들이 계속 입소문을 내주셔서 매월 30%씩 꾸준히 매출이 상승하고 있어요.

놀라운 결과네요. 기존 고객분들의 입소문으로 코로나를 극복하셨군요.

농사펀드에 소개된 농부님들이 만드시는 가치를 알아보시는 것 같아요. 저희는 상품 페이지에 18brix 같은 표현을 쓰지 않아요. 마트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달기만 한 과일과는 다르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수박은 수확 직전까지 물을 많이 주면 커지고 무거워지거든요. 좋은 가격을 받기에 유리하죠. 근데 저희 농부님은 물을 끊어요. 수박이 위협을 느껴서 땅에 있는 걸 빨아들이게 되면 훨씬 본연의 맛이 살아나거든요. 물을 주지 않아서 사이즈도 작아지고, 가격도 낮아지지만 과일의 품질이 훨씬 좋아지는 거예요.

박종범 대표의 비전은 특별한 농부를 지키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농사펀드를 만든 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2013년에 시작했어요. 원래는 그냥 기획성 프로젝트로 2~3년 정도만 하다가 그만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그만두려고 하니까 이제 그런 농부분들을 소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지고, 그럼 그분들은 더이상 농사를 짓기 어려워지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책임을 져야하나 고민이 깊어지는 찰나에 시드투자 대표를 만나서 팔자에도 없는 창업을 한 거예요.

오랫동안 사업을 해오셨네요.

네, 그런데 굉장히 힘들었어요. 작년에 같이 일하던 직원이 '대표님 이제 저 못할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데 대표에서 잘리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때가 가장 정신적으로 어려웠죠. 이 친구가 농사펀드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게끔 기반을 마련해주지 못해서 '당신은 대표의 자격이 없어'라는 말을 듣는 것 같았어요. 창업자로서는 의미가 있겠지만 대표자/경영자로서 성장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뼈아팠죠. 한 직원이 제가 힘들어하는 걸 보고 <대표님도 대표가 처음이잖아요>라는 책을 선물해줬어요. 11명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하다가 결국 규모를 줄이기로 했죠. 지금은 3명이서 일하고 있어요.

농사펀드는 2019년 말, 11명에서 3명으로 직원 수를 줄이는 뼈아픈 선택을 했다

정말 힘드셨을 것 같아요. 어떻게 버티셨나요?

농사펀드를 시작한 이유와 같아요. 이 좋은 먹거리를 지어주시는 농부들이 사라지면 뭘 먹고 살아야 하나 싶은 거죠. 태안에 귀농한 지 4년 차 되는 농부가 계셨어요. 살충제를 안 치고 고구마 농사를 하는데요, 그럼 굼벵이들이 고구마를 먹고 등급이 하품으로 되어버리는 거예요. 제대로 값도 못 받고요. 그렇게 4년 지내고 나니까 누굴 위해서 하는건지 싶으셨대요. 그래서 더욱 안정적으로 농사지을 수 있도록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 싶었어요. 내 아이한테 조금 더 좋은 걸 먹이려면 이 농부들이 있어야겠다 싶었던 거죠. 그래서 느려도 계속 해보자 마음 먹은 거예요.

농사펀드는 농부가 걱정없이 농사 짓고 소비자가 걱정없이 먹을 수 있게 해준다.

신뢰할 수 있는 농부가 만들어 낸 85%의 재구매율

일반적인 의사결정 방식은 아닌 것 같아요. 소위 말해서 돈이 되지 않는 선택이잖아요. 대표님의 비전에 공감해주시는 농부들이 많이 계시나요?

10년 전부터 농촌기획자라는 일을 했어요. 농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도시를 연결해주는 작업이었죠. 처음에는 내가 더 잘났고 똑똑하니까 도와드려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저의 사고로는 상상할 수 없는 판단을 하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존경심이 생겨요. 현장에 가보면 그런 분들이 너무 많아요.

한 번은 화성에 계신 한 농부께서 할머니한테 5평 정도 되는 닭장을 만들어 드리고 싶대요. 닭장은 양계장을 크게 만들어서 싸게 생산하는 게 훨씬 이득이거든요. 본인이 그걸 만들면 되는데 왜 그러냐 하니까 할머니가 닭 20마리 정도 키워서 팔면 월 30만 원 벌어서 할머니가 먹고 살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고생해서 키우면 사료도 GMO(유전자변형식품)로 안 먹이고 너무 좋은 달걀이 나와요. 이런 분들을 잘 알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농사펀드의 고객들은 이런 이야기들을 가진 농부들을 믿고 구매하시는 거네요.

오랜 고객분들을 인터뷰해보면 대부분 비슷하게 반응하세요. 어떻게 키웠을까? 친환경이 맞을까? 이런 것들을 본인이 탐색하는 비용이 크잖아요.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농부가 생기는 만큼 시간이 절약되는 거고요. 같은 농부의 재구매율이 85% 정도예요.

상품페이지에서는 농부들을 한 명 한 명 소개해 준다. 사진은 육보딸기를 재배하는 권두보 농부님.

지속가능한 농업을 만들다

농업이라는 분야에 몸 담게 된 계기는 뭔가요?

외할아버지가 강원도 춘천의 대농이셨어요. 벼농사를 지으셨는데, 주말마다 집 마당에서 잔치를 벌이셨죠. 주말이나 방학에 끌려가서 논에서 일하는 게 그때는 정말 싫었어요. 힘드니까요. 그런데 그때 농촌의 분위기도 익히고 좋은 농부가 어떤 분들인지도 알게 됐어요. 또 나이를 먹고 보니까 할아버지가 일하는 분들에게 매주 잔치를 벌여주는 게 정말 힘든 일이었겠더라고요.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니 본인이 그렇게 많이 베풀어야 우리 마을이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셨던 거 같았어요. 돈 되는 일들을 많이 가져와서 뿌려주시는 역할을 하셨던 거죠. 그때부터 규모가 작은 농부들이 본인의 노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모습을 봤을 때 마음이 쓰였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하시는 분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실제 농사펀드의 도움을 받으신 농부 중 기억에 남는 분이 계신가요?

충남 홍성으로 귀농하신 분이 계셨어요. 저희랑 사전 예약 펀딩을 했는데 1,000만 원 정도 예약판매가 되었거든요. 그분이 끝나고 나서 '사실 올해 농사 포기하려고 했다. 올해까지 해보고 마트 알바나 계약직을 하려고 했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그때 펀딩을 받을 때 주문할 때 응원 한 마디를 쓰게 했거든요, 정산하면서 다 다운받아서 300~400개 정도를 농부님께 보내드렸는데 전부 다 읽어보시고는 계속 농사를 짓겠다고 결심하신 거예요.

그걸 보고 '우리가 하는 일이 틀리지 않았구나'하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은 간편하게, 요리도 잘 해먹지 않는 시대인데 농부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후진 게 아닌가? 했는데 농부에게도 저희에게도 의미가 있는 일이라는 걸 깨닫고 큰 위안이 되었죠.

소비자들의 응원은 박종범 대표의 비전에 확신을 줬다

전국 곳곳의 농산물들을 소개해주고 계세요. 좋은 농부를 찾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원래는 제가 알고 지내던 농부들께 추천을 받았어요. 전체 농부 중 10% 정도는 농사펀드 홈페이지에서 먼저 신청을 해주시고요. 누적 650개의 농가와 연결되어 있어요. 모두 제가 현장 방문해서 선정한 농부님들이고요.

내년은 어떻게 준비중인가요?

내년에는 올해 마무리하지 못했던 상품 수를 100개로 늘리는 게 첫 번째 목표고요.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하반기에 활동이 가능해지면 지역 농부를 발굴하는 에디터를 키우고 싶어요. 지역에 귀농한 청년들이 농사로 자립하기가 힘들거든요. 연관된 일거리가 있으면 좋은데, 에디터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역에 있는 사람이 가장 그쪽 이야기를 잘 아니까 저희한테 소개도 잘 해줄 수 있고 따로 소득을 올리면서 농부로 정착하는 데 도움을 받는 거죠. 그런 일들을 같이 만들어 보고 싶어요.


까맣게 탄 박종범 대표의 피부는 농촌과 도시를 오간 10년 동안의 세월을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직접 농촌의 흙을 밟으며 고집스럽게 선별한 농산물의 품질은 남다를 수밖에 없겠죠. 단맛이 아니라 풍미로 느끼는 과일을 맛본 후 저도 농사펀드의 재구매 고객이 되어 버렸습니다. 오랜 시간 지켜낸 가치의 맛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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